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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총선 42일 앞두고 제기된 야권통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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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얼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일 야권통합을 전격 제안했다. 김 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야권이 다시 한 번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며 “총선에서 야권의 승리를 가져오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도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 줄 것을 간청드린다”고 말했다.

김종인 제안에 정치권 요동
본지, 국민의당 18명 조사
통합 논의 긍정적 9 부정적 4
안철수 “의도 의심스럽다”
김한길 “뜨거운 토론 필요”

 김 대표는 “더민주를 탈당한 대다수가 당시 지도부(문재인 전 대표 지칭)의 문제를 걸었는데, 그 명분은 다 사라졌다. 더민주 밖에 계신 분들이 지나치게 명분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다시 단합할 계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날 이종걸 원내대표를 압박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을 끝낸 김 대표가 4·13 총선을 42일 앞두고 야권통합 카드를 내놓으면서 야권 지형이 또 한 번 출렁일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본지가 국민의당 소속 의원 전원(18명)에게 김 대표의 야권통합에 대한 입장을 확인했다. 국민의당엔 이날 박지원 의원이 입당해 의원 숫자가 18명이 됐다. 전수조사 결과 부정적 의사를 밝힌 의원은 4명(안철수·김동철·박주선·신학용)이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기 바란다”고 일축했다.

김무성 “야권 구태정치 또 살아나”

반면 3명(천정배·김한길·김관영)은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섰다. 특히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며 “양당 중심의 정치를 극복해 보려다 오히려 (새누리당의) 일당 독주를 허용해선 안 되겠다는 데 깊은 고민들이 있다”고 말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안 대표와 달리 야권통합에 대해 “총선에서 반드시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해야 한다는 게 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 내부 논의를 거쳐야겠다”고 말해 여지를 뒀다.

더민주에서 친노 패권 및 낡은 정치 청산 등이 이뤄질 경우 논의가 가능하다는 ‘조건부 찬성론자’도 6명(김영환·문병호·유성엽·장병완·주승용·최원식)이었다. ▶야권통합 대신 수도권에서의 연대나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3명(권은희·김승남·황주홍) ▶총선 전엔 통합이 곤란하지만 장기적으론 가능하다는 입장이 한 명(임내현)이었다.

박지원 의원은 “당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입당 전까지 야권통합을 주장해 왔다. 야권통합 논의에 대해 부정론(4명)보다 긍정론(9명·논의 필요+조건부 찬성)이 우세한 상황이다. 야권통합론자인 박지원 의원이나 수도권 야권연대를 언급한 의원까지 긍정론에 포함하면 안 대표 측이 뚜렷이 열세에 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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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양당이 통합까지 이르진 않더라도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한 개 지역에 후보를 한 명만 내는 방식으로 선거연대를 할 경우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여야 일대일 구도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고질병’이 또다시 도졌다”며 “구태정치가 또 살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합하려면 왜 헤어졌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야권의 야합은 오직 선거만을 위한 ‘권력용 연대’이자 비겁한 ‘선거용 꼼수’”라며 “야당의 고질적인 불륜정치가 이번에도 등장한다면 야당은 국민의 혹독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논평을 발표했다.

김성탁·이지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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