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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부고발’ 교사가 작사했다고…교가 바꾼 하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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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하나고에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2, 3학년생이 알고 있는 교가의 가사와는 전혀 다른 가사를 배우게 된다. 학교 측이 지난해 교내 입시 부정 의혹을 제기한 교사가 작사했던 원래 노랫말을 없애고 새 가사를 붙였기 때문이다.

입시 부정 등 의혹 제기한 교사
“학교 입장에선 부담스러웠다”
새 노랫말은 정호승 시인이 써

 1일 하나고와 전·현직 교사들에 따르면 하나고는 2일 열리는 올해 입학식부터 기존 교가와 노랫말이 다른 새로운 교가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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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 교가 전

하나고는 2010년 개교 당시 교사와 외부 작사가들을 대상으로 교가의 가사를 공모한 뒤 국어 담당인 전경원 교사가 지은 노랫말을 선정했다. 노래는 이 학교 음악 선생님이었던 이모 교사가 작곡했다.

 교가에 노랫말을 붙인 전 교사는 지난해 8월 서울시의회 특위 에 출석해 “하나고가 남학생을 더 뽑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고위인사의 자녀가 연루된 교내 폭력 사건도 학교가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혹을 제기한 뒤 전 교사는 ‘동료·학부모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그러자 전 교사는 “ 하나고 개교 준비위원으로서 교가를 작사했고 2014년 10월엔 우수 교사 표창까지 받는 등 학교 발전에 기여해 왔는데 의혹이 불거진 이후 ‘문제 교사’가 됐다”고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전 교사의 제보를 바탕으로 하나고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해 ▶신입생 선발 때 보정 점수 부여 ▶학교폭력대책위원회 미개최 ▶부당 수의계약 등을 적발했다. 또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 등 학교 관계자 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나고 측은 “서울시교육청이 교사 한 명의 일방적인 비리 폭로를 바탕으로 편파적인 감사 결과를 내놨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나고는 새로운 교가 만들기 작업에 나섰다. 6년 전 교가를 작곡했던 이씨는 “지난달 초 학교 측에서 ‘전 교사가 쓴 가사를 바꾸기로 했으니 새 가사에 맞게 곡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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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 교가 후

그는 “이미 쓰여진 노랫말에 따라 곡을 만든 만큼 쉽게 바꿀 수 없다고 했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라 어쩔 수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교가의 가사는 시인 정호승씨가 썼다.

 이에 대해 하나고 관계자는 “의혹 제기를 한 교사가 교가를 작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 입장에선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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