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교육적·비도덕적 대학OT는 추방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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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의 문제점이 새삼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건국대의 한 단과대학 OT에서 벌어진 성추행 논란 때문이다. ‘25금 몸으로 말해요’라는 민망한 제목의 게임을 진행하며 선배들이 유사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몸으로 설명한 뒤 새내기들에게 맞히게 하고, 벌칙으로 여학생에게 처음 보는 남학생과 껴안거나 무릎에 앉아 껴안으며 술을 마시도록 했다고 한다.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낯 뜨거운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새내기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이번 사건은 사법당국의 수사와 처벌이 필요할 정도로 위중한 사안이다. 학생회가 이런 게임을 사전에 기획까지 했는데도 사전 여과장치가 없었다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학생회 주관으로 이뤄졌다고 하지만 대학 당국도 교육적·도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학 당국은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조치를 한 뒤 실질적인 사고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 입시를 마치고 기대했던 대학 생활을 이런 OT로 시작해야 했던 신입생들의 황당한 마음을 십분 헤아려야 한다.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대학에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보낼 수 있겠는지 자문부터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안전·음주·폭행 등 대학 OT문화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져 온 게 사실이다. 실제 OT 음주 사망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과음으로 실신해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단체 기합 등 폭행으로 얼룩지는 일도 수시로 보도된다. 또래 집단에서 소외될까 봐 자녀를 어쩔 수 없이 OT에 보내기는 하지만 불안하다는 학부모가 적지 않은 이유다.

합리적인 OT문화를 자리 잡게 하려면 학생회의 일이라고 방관하지 말고 대학과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행사를 학생회가 아닌 대학에서 주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상식적이고 교육적이지 않다면 OT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OT는 일탈의 기회가 아니라 성인으로서 책임을 배우는 대학교육의 시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