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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종인 “응급환자가 의지 없으면 의사가 가버리는 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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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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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8일 오전 취임 한 달을 맞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기존 혁신안 때문에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정무적 판단이나 변화를 이끌기에 제약 요소가 많으므로 당무위에서 의사를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9일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20대 총선 공천 관련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더민주 대표 취임 한 달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당 혁신위(위원장 김상곤)가 만든 공천안을 적용하지 않고 김 대표를 포함한 비대위가 전략적 판단으로 물갈이 공천을 하겠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당이 정상 상태가 아니라 비상사태이니 나에게 선대위원장과 비대위원장까지 겸해 선거에서 성과를 달성해 달라고 요청한 것 아니냐”며 “국가도 비상사태를 맞으면 헌법도 정지하는데, 당도 비상사태이므로 공천과 관련해 내가 (일하는 데) 장애가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29일 당무위에서 위원들에게 이런 실상을 설명하고, 비상상황이니 이해하고 잘 기다려 달라고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비대위가 공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면 당을 떠날 수 있다는 ‘배수진’도 쳤다. 김 대표는 통화에서 “무책임하면 안 되니 비대위를 끌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의원들이)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고 변화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 그 사람들이 떠들기 전에 내가 혼자 결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심’과 관련해서 김 대표는 “응급환자를 치료하러 왔는데 환자가 의지를 표하지 않으면 의사가 가버리는 거지, 방법이 있느냐”며 “바꾸려고 하는데 말을 듣지 않으면 헤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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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은 김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존 혁신안 때문에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정무적 판단이나 변화를 이끌기에 제약 요소가 많으므로 당무위에서 의사를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당무위에서 김 대표는 컷오프에 포함됐다가 이의신청을 한 의원 중 문희상(의정부갑)·백군기(용인갑 출마 선언)·홍의락(대구 북 출마 선언) 의원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비대위에 공천 권한 위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예정”이라며 “현 당규에 따르면 이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지만 비대위로 권한이 넘어오면 구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용인갑이 여당 텃밭인데, 백 의원이 사령관을 지낸 육군 3군사령부가 그곳에 있다. 홍의락 의원도 험지 출마자인데 이런 여건도 반영 못하는 컷오프 제도가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고 한다.

컷오프 제도의 부작용 시정을 명분으로 공천권을 비대위가 가져와 강기정(광주 북갑) 의원의 경우처럼 경쟁 후보에 비해 득표율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의원들을 물갈이하겠다는 계산이다.

김 대표는 그러나 당무위 등에서 문재인 전 대표 측은 강하게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자기가 나에게 통사정해서 왔는데 그쪽은 자제하고 있어야지 같이 반발하면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만 전개될 것”이라며 “일부 그쪽 의원이 소극적으로 반발하는 건 몰라도 노골적으로는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강기정 의원은 광주 민심을 잡으려는 특수한 사정 때문에 일찍 발표한 측면이 있다”며 “의원들이 딴지를 걸려고 해도 말로 불만을 표할 뿐 행동을 할 게 있느냐”고 했다.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이 낮게 나오는 3선 이상의 절반과 초·재선의 30% 의원들에 대한 김 대표의 2차 물갈이는 이번 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주말께면 현역 의원에 대한 정밀심사가 끝나 공천위원들의 가부 투표로 (공천 여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에 정세균·최재성 의원 등이 26일 의원총회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처럼 당무위에서도 반발이 예상된다.

주류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은 “선거 승리를 위해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를 따라야 승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김 대표와 공천위가 점령군이냐”며 “당헌·당규를 마음대로 바꾸려 하면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글=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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