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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제 코데인, 감기 걸린 아이가 먹으면 위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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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호 22면

아이가 기침을 하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가끔 사용하는 코데인(codeine)의 안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코데인은 성인의 진통·기침약으로도 흔히 처방된다. 코데인 한 가지 성분만 든 약도 있지만 대개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의 주성분) 등이 함께 든 복합 정제·복합 캡슐제(코데인 함유약) 형태로 판매된다.


문제는 코데인을 아이가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데인은 아편에서 추출한 마약성 진통제다. 코데인을 복용하면 간(肝)에서 모르핀으로 변환돼 진통 효과가 나타난다.


미국에서 코데인이 처음 신약 허가를 받은 것은 1950년으로 이미 60년이 넘었다. 어린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최근 10년 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2012년 편도선 절제 수술·아데노이드 절제 수술을 받은 2∼5세 아이가 코데인 복용 뒤 3명은 숨지고 1명은 심한 호흡기 장애를 겪었다고 발표했다. 2013년엔 최고 권위의 의학학술지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도 코데인으로 인한 사망 통계가 실렸다. FDA의 의약품 부작용 데이터베이스(FAERS)를 분석한 결과, 1969년에서 2012년 5월까지 코데인 관련 사망자는 10명이었고 모두 9세 이하였다.


유럽의약품청(EMA)은 2013년 코데인을 12세 미만 아이에겐 사용을 금지하고 12∼18세이면서 호흡기 건강에 문제가 있는 어린이에 대해서도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했다.미국·캐나다·EU(유럽연합) 등 선진국은 2009년부터 어린이 환자에 대한 코데인 처방 자제를 권고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13년 어린이의 코데인 함유약 사용에 대한 주의 조치를 내렸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해 편도 절제술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은 18세 미만 어린이, 12세 미만 아이, 조산아 출산이 우려되는 임신부, 수유부 등을 코데인 사용 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선진국보다 어린이의 코데인 부작용 문제에 대한 대처·소통·홍보가 늦었다는 비난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이탈리아에선 2007년 2세 미만 아이에게 코데인 사용을 금지한다는 안전성 서한을 의사에게 배포한 뒤 코데인 처방률이 60%나 감소했다.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병·의원 외래에서 코데인 함유약을 처방 받은 전체 환자의 10% 이상이 12세 이하 어린이였다.


12세 이하의 코데인 처방건수를 진료과별로 보면 내과·소아청소년과·안과 순, 질병별론 급성 기관지염·알레르기성 천식·혈관운동성 비염 순으로 많았다.


이 연구결과는 2011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어서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을 수도 있다. 2013년에 내려진 식약처의 주의 조치가 동네 의원까지 충분히 전달·홍보됐다면 말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국내에서 코데인이 미디어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고 식약처의 홍보 노력도 부족해 아직도 상당수의 어린이가 코데인 처방을 받고 있을까 걱정된다.


아이들 약은 부모 등 성인이 주로 산다. 어린 자녀의 약을 구입하면서 “내 몸무게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아이에게 이 약의 용량이 적당할까”란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성인용 약을 쪼개거나 나눠 먹이는 것도 금물이다. 아이는 같은 나이라도 체중에 따라 약의 복용량이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약 설명서에 빼곡하게 실린 복용법·사전 경고·잠재적인 약 부작용 등은 돋보기를 쓰고라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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