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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삐끼 없애 대학로 연극 생태계 복원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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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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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화된 삐끼(호객꾼) 연극 제작사는 영업정지나 폐업 등 강력히 제재해야 합니다.”

정대경 한국연극협회 신임 이사장

 정대경(57·사진) 한국연극협회 신임 이사장의 얘기다. 그는 지난 22일 치러진 협회 이사장 선거에서 제25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3년.

그는 취임 일성으로 “대학로 생태계 복원”을 밝히며 “삐끼 없는 대학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속칭 ‘삐끼’로 불리며 20여 년 이어져 온 대학로 호객꾼들은 특정 제작사의 ‘전단팀’에 속해 실장-팀장-알바의 피라미드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예매순위를 조작하고 타 공연에 대한 거짓 정보를 유포시키는 등 지능적인 영업방해 행태도 보였다. <본지 2월 24일자 22면>

 “사실 거리에서 손님을 붙잡는 학생·젊은이가 무슨 잘못일까요. 배후에 숨은 업주가 문제죠. 적발돼도 과태료만 내면 되니까요. 약사법·식품위생법에선 호객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데 공연법엔 명문화된 조항이 없습니다. 호객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공연법 개정에 앞장서겠습니다.”

 1000원짜리 연극이 등장할 정도로 저가 연극이 판치는 게 대학로 현주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대학로 문화지구 지정이 건물주만 배부르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용적률 상승·주차시설 완화 등의 혜택이 오히려 공연장 난립과 관람여건 악화를 조장한다는 진단이다.

 현재 연극영화 관련 대학졸업생은 해마다 3200여 명으로 추정된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출연료 저하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정 이사장은 해결책으로 ‘문화복지사’란 개념을 제안했다. “예술향유·예술교육을 넘어 예술참여 시대입니다. 사회복지사처럼 예술행위를 보조하고 매개하는 문화복지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정 신임 이사장은 1987년 연극계와 인연을 맺었고, 삼일로창고극장 대표·소극장연합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 연극계의 정치 편향 논란과 관련해선 “재임기간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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