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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바람 일으킬 신호탄, 부산에서 쏘아올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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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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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산 영광도서에서 열린 ‘독자의 밤’ 행사에서 김언호 한길사 대표와 김수경 작가, 김민웅 경희대 교수(왼쪽부터)가 최근 출간된 장편소설 『나의 투쟁』에 대해 독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사진 한길사]

‘독서 부흥’을 위한 책 읽기 운동이 부산에서 점화됐다.

한길사·영광도서 ‘독자의 밤’ 개최
“전국적인 새 독서 문화운동 펼 것”
본지 일요신문 중앙선데이도 동참

 24일 오후 7시, 국내 서점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부산 서면의 영광도서 4층 강당(문화사랑방)에 고등학생에서 직장인,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120여 명의 독자가 모여들었다. 출판사인 한길사가 주최하고, 중앙선데이가 후원하는 독서 토론회 ‘독자의 밤’이 열렸기 때문이다.

 한길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조정래의 『태백산맥』, 최명희의 『혼불』, 시오노 나나미(일본 작가)의 『로마인 이야기』 등 대형 기획물을 잇달아 성공시킨 중견 출판사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한 시대를 빛내는 책이 존재하려면 책방과 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서점에 치여 고군분투하는 지방 서점에 힘을 실어주고, 지역 독자를 늘리기 위해 지역발 독서 운동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첫 행사를 주요 문화행사를 독점하는 서울 대신 부산을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 대표는 “부산은 국내 출판계의 산 역사”라며 “50여 곳의 헌책방이 몰려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과 국내 최고(最古) 대형서점인 영광도서가 5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도서의 김윤환 대표는 “출판사 주최로 지방에서 처음 열린 행사여서 그런지 강당이 꽉 찰 만큼 고객들이 몰렸다”며 “이번 행사가 전국으로 독서 바람을 일으킬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주인공이 독자라는 점도 눈에 띈다. 그동안 출판 행사는 저자나 관련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행사에선 한길사가 최근 출간한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장편소설 『나의 투쟁』을 놓고 독자들과 함께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책은 인구 500만 명에 불과한 노르웨이에서 50 만부가 팔린 화제의 책이다. 이 인기에 힘입어 유럽, 영미권 등 32개 나라에서 번역됐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의 명소인 대우서점에서 독서모임 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은숙(49·보수동)씨는 “독서회원끼리 토론하는 것보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모여 얘기를 나누니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부산 광명고의 최선길(56) 교사는 “인문학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30여 명 학생과 함께 참여했다”며 “책 토론회가 학생들의 사고력이나 글쓰기에 도움이 돼 적극 권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언호 대표는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 제주 등 전국적인 독서 부흥운동을 벌이면서 중·고생을 대상으로 평생 책 1000권 읽기 운동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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