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먼저 봄을 만끽하려는 식객의 주의가 온통 동해안에 쏠리고 있다. 제철을 맞은 대게 때문이다. 포항 구룡포항, 영덕 강구항, 울진 후포항 등 대게 주산지로 꼽히는 경북의 항구 마을은 시방 골목마다 대게 찜통이 뿜어대는 김으로 자욱하다.
성미 급한 사람은 11월부터 대게를 먹기도 하는데, 이때는 대게의 참 맛을 느낄 수 없다. 살이 60%밖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수는 음력 정월 대보름이 지나고 대게를 먹으러 간다. 뱃사람도 대게 철은 “1월 말에서 3월 말 사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게는 어려운 놈이다. 부르는 이름도 많고 좋은 놈을 골라내는 것도 어렵다. 크기가 크다고, 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맛있는 게 아니다. 이름부터 정리하자. 대게는 박달대게·물게·너도대게(청게)·빵게·붉은대게(홍게) 등 이름도 많다. 이에 대해 동해수산연구소 양재형(38) 연구원은 “대게는 5종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종은 대게와 붉은대게 2종 뿐”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니까 대게와 붉은대게를 뺀 나머지 녀석들, 즉 너도대게·물게·빵게·박달대게는 종 구분에 따른 명칭이 아니라 뱃사람이 쓰는 별칭에 불과하다.
너도대게는 암컷 붉은대게와 수컷 대게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을 가리킨다. 물게는 막 탈피를 해서 껍데기가 물컹한 놈을 말하고, 빵게는 암게를 일컫는다. 박달대게는 대게 중에서도 살이 꽉 들어차 박달나무처럼 단단한 놈을 이른다.
대게는 11월 1일부터 이듬해 5월 31일까지만 잡을 수 있다. 게딱지 지름 9cm 미만과 암게도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 가격은 크기나 무게가 아니라 살진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그런데 게딱지를 열어보지도 않고 살이 찼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척 봐도 알아요. 살이 찬 것은 누리끼리해. 살이 차오르면서 누런 내장이 껍데기에 비치니까.” 구룡포에서 만난 대게 배 ‘27동현호’ 신석준(67) 선장의 귀띔이다. 사실 직접 만져서 확인하는 게 제일 좋은데, 이때 배와 다리가 이어지는 쪽을 눌러야 한다. 이 부분이 딱딱하면 살이 찼다는 얘기다.
대게는 어장에 따라 연안 대게와 근해 대게로 구분하기도 한다. 연안과 근해를 나누는 법적 기준은 없지만, 뱃사람은 보통 해상 20마일(약 32㎞)을 기준으로 본다. 해상 20마일 안쪽에서 잡으면 연안 대게, 바깥쪽에서 잡으면 근해 대게로 친다. 보통 근해 대게가 연안 대게보다 크다.
올해 대게 값은 지난해보다 20~30% 비싸다. 어획량은 점점 주는데, 먹겠다는 사람은 해마다 많아진단다. 겨우내 대게를 기다린 미식가를 위해
이 대게 여행을 떠났다. 울진·포항·영덕 등 이른바 대게의 고장을 훑고 다니며 맛있는 대게 고르는 방법, 대게 싸게 먹는 비법, 독특한 대게 요리 등 대게의 비밀을 알아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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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