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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살이 오동통~ 대게 꽃 피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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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제철 맞은 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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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다리 살을 발라 얼음물에 넣고 3~4분 기다리면 서로 엉겨붙어 있던 살이 떨어지면서 부풀어 오른다. “대게 꽃이 피었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경북 영덕 강구항에서 맛본 대게회는 담백하고 고소했다

입으로 먼저 봄을 만끽하려는 식객의 주의가 온통 동해안에 쏠리고 있다. 제철을 맞은 대게 때문이다. 포항 구룡포항, 영덕 강구항, 울진 후포항 등 대게 주산지로 꼽히는 경북의 항구 마을은 시방 골목마다 대게 찜통이 뿜어대는 김으로 자욱하다.

성미 급한 사람은 11월부터 대게를 먹기도 하는데, 이때는 대게의 참 맛을 느낄 수 없다. 살이 60%밖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수는 음력 정월 대보름이 지나고 대게를 먹으러 간다. 뱃사람도 대게 철은 “1월 말에서 3월 말 사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게는 어려운 놈이다. 부르는 이름도 많고 좋은 놈을 골라내는 것도 어렵다. 크기가 크다고, 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맛있는 게 아니다. 이름부터 정리하자. 대게는 박달대게·물게·너도대게(청게)·빵게·붉은대게(홍게) 등 이름도 많다. 이에 대해 동해수산연구소 양재형(38) 연구원은 “대게는 5종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종은 대게와 붉은대게 2종 뿐”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니까 대게와 붉은대게를 뺀 나머지 녀석들, 즉 너도대게·물게·빵게·박달대게는 종 구분에 따른 명칭이 아니라 뱃사람이 쓰는 별칭에 불과하다.

너도대게는 암컷 붉은대게와 수컷 대게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을 가리킨다. 물게는 막 탈피를 해서 껍데기가 물컹한 놈을 말하고, 빵게는 암게를 일컫는다. 박달대게는 대게 중에서도 살이 꽉 들어차 박달나무처럼 단단한 놈을 이른다.

대게는 11월 1일부터 이듬해 5월 31일까지만 잡을 수 있다. 게딱지 지름 9cm 미만과 암게도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 가격은 크기나 무게가 아니라 살진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그런데 게딱지를 열어보지도 않고 살이 찼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척 봐도 알아요. 살이 찬 것은 누리끼리해. 살이 차오르면서 누런 내장이 껍데기에 비치니까.” 구룡포에서 만난 대게 배 ‘27동현호’ 신석준(67) 선장의 귀띔이다. 사실 직접 만져서 확인하는 게 제일 좋은데, 이때 배와 다리가 이어지는 쪽을 눌러야 한다. 이 부분이 딱딱하면 살이 찼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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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를 위해 바닥에 진열한 대게. 포항 구룡포항에서.

대게는 어장에 따라 연안 대게와 근해 대게로 구분하기도 한다. 연안과 근해를 나누는 법적 기준은 없지만, 뱃사람은 보통 해상 20마일(약 32㎞)을 기준으로 본다. 해상 20마일 안쪽에서 잡으면 연안 대게, 바깥쪽에서 잡으면 근해 대게로 친다. 보통 근해 대게가 연안 대게보다 크다.

올해 대게 값은 지난해보다 20~30% 비싸다. 어획량은 점점 주는데, 먹겠다는 사람은 해마다 많아진단다. 겨우내 대게를 기다린 미식가를 위해

이 대게 여행을 떠났다. 울진·포항·영덕 등 이른바 대게의 고장을 훑고 다니며 맛있는 대게 고르는 방법, 대게 싸게 먹는 비법, 독특한 대게 요리 등 대게의 비밀을 알아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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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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