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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년 물밑 소송'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 41억원대 국가 배상 항소심 4월 결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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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60) 서울시교육감이 “박정희 정부 시절 ‘긴급조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 결론이 오는 4월 내려진다. 조 교육감은 이 소송을 지난 2013년 제기해 3년 간 물 밑에서 진행해 왔다.

서울고법 민사31부(부장 오석준)는 조 교육감과 김준묵 전 스포츠서울 회장 등 긴급조치 피해자 5명이 제기한 41억원대 국가 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변론을 23일 종결했다. 선고일은 오는 4월 8일이다.

조 교육감을 비롯한 피해자들은 재판에서 “긴급조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반대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발동한 것으로 헌법상 영장주의와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그에 따른 수사와 재판은 공무원의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국가가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서울대 사회학과 75학번인 조 교육감은 재학생이던 1978년 10월 18일 “헌법 폐지 등을 주장하는 불온 유인물을 대학생들에게 제작ㆍ배포했다”며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300여일 간 불법 구금되고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79년 7월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그해 8월 15일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성공회대 교수 시절인 2011년 조 교육감이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에 따르더라도 당초부터 위헌ㆍ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무죄 선고를 2013년 했다.

조 교육감은 같은 해 불법 구금 기간에 대한 형사 보상금 소송을 제기해 5600여 만원을 받았다. 이번 소송은 그해 별도로 제기한 민사 소송이다. 조 교육감은 본인과 가족에게 총 8억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김준묵 전 회장 9억원 등 나머지 4명도 각각 7억~9억원을 청구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부장 김연하)는 2년 여의 심리 끝에 지난해 4월 “국가가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조 교육감에 2억 6000만원, 김 전 회장 2억 4500만원 등 총 9억 8000여만원을 국가가 배상하라고 했다. 조 교육감의 경우 앞서 받은 형사보상금 5600여 만원은 제외했다.

문제는 1심 선고가 있기 보름 전인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원칙적으로 긴급조치 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는 판결을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여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을 수용해 “긴급조치권 발동 자체로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면서도 “유신헌법 하에서도 영장 없는 체포나 가혹 행위는 금지돼 있는 만큼 수사 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은 필요하다”며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최근 하급심에서 대법원의 '원칙 불가론'에 맞서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선고도 결과가 주목된다. 앞서 조 교육감은 2013년 받은 형사 보상금을 '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기금'에 기탁한 바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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