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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5㎡ 농장서 실전 농사…제천, 체류형 귀농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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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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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예비 귀농인들이 주택동 인근 텃밭에 모여 있다. 왼쪽 뒷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종근·공석임씨 부부, 송명세·박현욱씨 부부, 김명섭씨. [사진 최종권 기자]

지난 17일 충북 제천시 신월동 제천농업기술센터. 입구에 들어서자 언덕 너머로 갓 지은 기숙사와 단독주택 20여 채가 보였다. 주택단지 바로 아래엔 텃밭·비닐하우스와 트랙터 등 농기계도 있었다.

1년 동안 살면서 영농법 강의·실습
농림부와 손잡고 96억원 들여 설립
지난달부터 예비 귀농인 45명 교육

이곳에서 만난 김명섭(30)씨는 자신을 예비 귀농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경기도 부천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 최종 면접에서 두 번 고배를 마신 뒤 쌈채 농업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씨는 “ 1월 기숙사에 들어와 밤낮으로 유기농업 공부를 하고 있다”며 “봄이 오면 씨앗도 뿌리고 재배해 본격적인 농민 연습을 하겠다”고 말했다.

 1년 동안 농촌에 거주하며 농사 짓는 법을 배우고 실습까지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문을 열었다. 제천시는 지난달 28일 총 30세대가 살 수 있는 주택과 밭·공동농장·비닐하우스 등 실습공간이 있는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개관했다.

시와 농림부가 96억원 들여 지은 이 시설은 철저한 준비로 성공적인 귀농을 유도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다. 강의실을 갖춘 교육관과 세대별 텃밭 30곳(3000㎡), 3095㎡ 규모의 공동농장 등이 있다.

입주자는 지방자치단체나 관련 기관에서 귀농교육을 100시간 이상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게 원칙이다.

 현재 입주한 예비 귀농인은 45명(27세대)이다. 보증금 60만원을 내고 교육비를 포함해 방 크기에 따라 14만원~25만원의 월세(교육비 포함)를 내고 올 연말까지 200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기초 농법부터 기르고 싶은 농작물 재배기술을 배울 계획이다.

농업창업지원센터에 있는 텃밭과 농장에 작물을 심고 인근 농가에 들러 일손돕기도 한다. 공직생활 25년을 하다 지난해부터 귀농을 준비한 송명세(61)씨는 “필요한 영농 정보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이웃들과 농작물 재배기술을 나눌 수 있어 귀농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온 이근엽(51)씨는 사과를 재배할 예정이다. 이씨는 “10분 거리에 사과 농가들이 많아 틈틈이 찾아가 노하우를 전수받을 예정”이라며 “사과 같은 과수 목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병충해 방지가 관건인 만큼 이론 공부에도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입주민 가운데는 파키스탄 출신 귀화인 우딘 라힘(41)씨도 있다. 자동차 딜러, 악기 제조회사 설계일 등을 했던 그는 “노력한 만큼 결과를 확실히 얻을 수 있는 농촌에서 행복한 삶을 가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년 교육을 마친 뒤 부인·자녀들과 함께 제천에서 채소를 기를 계획이다.

 제천농업기술센터 박철규 소장은 “입주민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 선배 귀농인·멘토 농가와 연계한 교류사업도 활성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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