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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사수하라…은행, 이자 더 주고 마일리지 보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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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금까지의 계좌이동제는 ‘예행연습’에 불과했다. 오는 26일 3단계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은행간 ‘머니 무브’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동안은 카드·보험·교통 요금에 대해서만 페이인포 사이트를 통해 조회·해지·변경이 가능했다.

월세·적금·펀드 계좌도 변경 가능
자동이체 금액 연간 800조원 규모
주거래 고객용 특화 상품 출시 봇물

하지만 3단계부터는 적금·펀드·월세 등 개인 간 송금에 대해서도 조회·해지·변경이 가능하다. 여기에 서비스 이용 창구도 넓어진다. 은행의 지점이나 인터넷뱅킹을 통해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동이체나 개인 간 송금 계좌를 일일이 바꾸기 귀찮아 기존 은행을 이용하던 소비자 입장에선 주거래 은행을 바꾸는 게 훨씬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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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결제원 문영석 금융정보관리팀장은 “그동안은 하루 평균 6000건 정도의 계좌 변경이 일어나면서 서비스가 안착하는 시기였다면 3단계부터는 서비스가 완성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 해 자동이체로 은행을 오가는 금액은 799조원(2014년 기준)에 달했다. 여기에 보통 자동이체를 연결해 놓는 수시입출식 통장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58조3875억원 규모다.

보통 수시입출식 통장이 있는 은행이 주거래 은행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일어나는 ‘머니 무브(자금 이동)’의 파워를 짐작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기반이 주거래 고객 수”라며 “그동안은 신규 고객 유치에 집중했다면 계좌이동제로 인해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일이 은행의 우선순위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은행의 ‘집토끼(기존 고객) 사수전’이 점점 치열해 지고 있다. 거래 실적에 따라 항공사 마일리지를 쌓아주거나 봉사 활동 점수를 금리에 반영해 주는 등 이색 아이디어 상품도 등장했다.

 KB국민은행은 19일 아시아나항공과 제휴해 계좌이동제 특화 상품인 ‘KB아시아나ONE통장’을 내놨다. 거래 실적에 따라 항공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상품이다. 매월 예금 평잔 50만원 당 4마일(월 최고 3000마일), 급여이체·연금수령·가맹점결제 중 1건 이상의 실적이 있는 경우 최고 20마일, KB카드 결제 실적이 50만원 이상인 경우 최고 20마일이 적립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 적용, 수수료 면제 등 다른 은행의 주거래 혜택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은 ‘N돌핀 통장·적금’을 출시했다. N돌핀적금은 봉사활동 횟수에 따라 횟수별 0.1%포인트씩 최고 1%포인트 우대 이율을 제공한다. 여기에 N돌핀통장을 보유하면 0.1%포인트, NH채움카드 사용시 0.2%포인트, 주택청약 보유시 0.3%포인트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할 때마다 우대 금리가 쌓여 최대 2.95%의 금리를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은 하나멤버스 가입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2.7%의 금리를 적용해 주는 ‘통합 하나멤버스 주거래 우대적금’을 내놨다.

 그동안 은행입장에서 ‘큰 돈’이 안됐던 고객층도 공략 대상으로 떠올랐다. 우리은행은 통장 잔고가 부족해 관리비와 통신비 등을 미납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잔액이 부족하면 자동으로 마이너스 통장으로 전환되는 ‘우리주거래 통신·관리비 통장 대출’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17일 개인사업자 전용상품인 ‘신한 주거래 사업자통장’을 출시했다. 유동성 예금 평잔 50만원 이상이면서 공과급 자동이체 실적 월 2건 이상 등의 기준을 만족시킬 경우 수수료 혜택을 준다.

 금융위원회 이윤수 은행과장은 “내달부터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3단계 계좌이동제 시행이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소비자의 은행 선택권이 확대됐다”며 “기존 고객을 잃지 않으면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의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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