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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포~제주노선 빼곤 적자 “빈 비행기로 운행하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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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좌석을 거의 비워둔 채 운행하는 노선도 있다. 수익성만 놓고 따지면 지방 노선은 김포~제주선을 빼고 모두 문닫는 게 맞다.”(대한항공 관계자)

적자 노선을 정리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올해 중 점차적으로 지방 노선을 줄일 예정이다.”(아시아나항공 관계자)

 국내 항공사 중 김포~광주 노선을 운영하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앞다퉈 노선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3월 중 폐지를 목표로 국토교통부와 협의에 나섰다. 광주시와 의견을 조율한 상태다. 아시아나도 국토부에 노선 폐쇄를 신청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김포~광주 내달 폐쇄

 지역 주민은 반발하고 있다. 앞서 항공사들이 김포~진주, 김포~여수 노선 폐쇄를 추진했을 때도 “항공 노선은 공공재”란 지역 주민 반발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직장인 이영주(33·광주 서구)씨는 “아주 급할 때가 아니면 KTX를 이용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항공 노선을 없애면 불편할 것 같다”며 “지역 주민 여론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노선을 폐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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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국민의당 김동철(3선·광산갑) 의원은 "항공편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주민 불편이 우려된다. 노선 중단에 따른 주민 편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김포~대구 노선 폐지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항공사 지방 노선 폐지 도미노는 예고된 수순이다. 김포~제주·김해(부산) 노선을 제외한 대부분 노선이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 업계에선 “내륙 노선은 1회 왕복에 300만원, 노선당 연간 20억원 적자”란 얘기가 나온다.

 고속도로가 잇따라 거미줄처럼 뚫리고 KTX가 속속 개통하면서 항공편 수요는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KTX는 실질적인 ‘한나절 생활권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4월 개통한 KTX 호남선은 연말까지 282만 명이 이용해 전년 동기 대비 340% 늘어났다.

같은 기간 광주공항 이용객은 34%, 고속버스 탑승객은 11% 감소했다. 김포~광주 노선의 경우 KTX 호남선 개통 두 달 만에 승객 수가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KTX는 항공편보다 요금은 적고, 이동 시간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대안으로 떠올랐다. 2시간34분 걸리는 서울~부산 KTX 노선의 경우 편도 요금이 5만9800원이지만 55분 걸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노선은 6만~7만원대다. 1시간44분 만에 도착하는 서울~광주(송정) KTX 노선은 4만6800원인데 항공권은 6만5000원 이상이다.

 직장인 허승진(33·부산 해운대구)씨는 “공항과 거리, 수속 절차를 감안하면 이동 시간도 KTX와 비슷해 특별히 항공편을 이용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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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비용항공사(LCC)의 지방 노선 공략도 대형 항공사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현재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같은 LCC가 김포·청주·대구·김해·무안에서 제주로 떠나는 항공편을 운행하고 있다. 지방 공항발 중국·일본·동남아 노선까지 개척한 건 물론이다.

 한국항공대 허희영(경영학) 교수는 “대형 항공사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발을 뺀 지방 노선을 몸집이 가벼운 LCC가 점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중국과 달리 한국처럼 땅이 좁은 나라에서 경쟁적으로 지방 노선 비행기를 띄웠던 게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80여 개 지방 공항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는 일본도 노선 폐쇄가 활발하다. 항공사들이 적자 노선에서 입은 손해를 다른 곳에서 메우려다 보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허 교수는 “국내선 여객 수요의 70%에 달하는 비즈니스 승객을 위한 수속 간소화가 시급하다”며 “ 15인승 이내 소형 항공기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이지상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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