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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명품 안 파니 손님이 더 오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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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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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칠봉 대표는 “모다아울렛이 국내 패션 브랜드에 새로운 판로를 열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에서 출발한 토종 아웃렛 전문기업 모다아울렛이 19일 인천에 13호점을 냈다. 명품을 팔지 않는 일반 아웃렛 매장 기준으로는 1위인 롯데(12개점)보다도 더 점포수가 많다.

박칠봉 모다아울렛 대표

롯데·현대·신세계·이랜드 등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전국 규모 아웃렛 시장에서 모다아울렛은 유일한 중견 기업이자 지방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7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인천점을 여는 등 6개 점포를 추가하면서 매출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모다아울렛에 따르면 인천점은 개점 사흘 동안 자체 최대 매출인 4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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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규모에 비해 모다아울렛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서울에 매장이 없고, 주로 한적한 지역에서 점포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개점 전날인 지난 18일 기자가 찾은 인천점도 큰 길 옆이지만 황량한 곳에 있었다. 철재나 목재 야적장으로 주로 쓰던 인천 북항 인근이다.

하지만 바깥 풍경과 대조적으로 아웃렛 안은 환한 조명에 널찍한 통로, 캘러웨이·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의 대형 매장까지 마치 백화점 같았다.

 개점 준비로 한창 바쁜 박칠봉(62) 모다아울렛 대표를 인천점 현장에서 만나 ‘대기업 틈바구니 속 생존 비법’을 물었다. 그는 2010년 전문 경영인으로 취임한 후 대구 한곳만 운영하던 모다아울렛의 ‘전국 확장’을 주도한 인물이다.

 - 아무리 교외형 아웃렛이지만 너무 외진 곳 아닌가.

 “이런 곳에 여니까 수익을 내는 것이다. 우리는 백화점들처럼 프리미엄·도심형으로 못한다. 4만4657㎡(약 1만4000평) 규모의 5층짜리 아웃렛을 새로 짓는데 땅 값에 인테리어비까지 340억원 들였다. 투자비가 적으니까 브랜드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매출의 최하 8%에서 평균 20%(백화점은 통상 30~40% 수준)선에 맞출 수 있다. 수수료를 내리면 가격도 더 싸진다. 아직 서울에 점포를 못낸 것도 땅 값이 비싸지면 수수료를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다아울렛의 ‘구두쇠형 투자’는 인건비에도 적용된다. 박 대표는 “인천점 규모면 백화점 아웃렛은 관리 직원이 40~50명이지만, 이곳은 점장까지 7명 뿐”이라며 “서류 결재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은 다 없애 인력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대리석 같은 고급 자재는 전혀 쓰지 않고 시트지·타일로 마감한다. 대신 통로에 환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하고, 일반적으로 2m가 넘는 매장 구분 간막이 높이를 140~180㎝로 낮춰 탁 트인 느낌을 줬다.

 - 그래도 너무 외지면 소비자가 찾지 않을 것 같은데.

 “아웃렛과 백화점은 소비자 층이 다르다. 우리는 손님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안다. 한 사람 당 한 개씩 주는 ‘공짜 사은품’을 받으려고 온 식구가 다 오기도 한다. 여기선 봄 신상품도 40%씩 할인한다. 최대 할인율은 90%다. 취직하는 아들 양복 사러 왔다가 ‘이렇게 싼 데 한 벌 더 사자’며 기분좋게 나가는 곳이다. 수입 명품은 아예 안판다.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와도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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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표는 “지난해 9월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에 점포를 열 때도 ‘거기까지 누가 아웃렛 쇼핑을 하러 가느냐’고 했다. 그런데 투자·운영비가 적어 매출 500억원을 넘으면 흑자인데 행담도점은 8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점하려는 브랜드가 없다면 애초에 아웃렛을 운영하기 어렵다. 박 대표는 “전국으로 점포를 확대한 것은 구매력을 키워 좋은 브랜드와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9월에 4개의 점포를 한꺼번에 여는 속도전을 펼친 것도 “4개 점포에 한꺼번에 입점하는 편이 브랜드에게 훨씬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한일합섬 패션본부장을 거쳐 의류 제조공장과 전국에서 20여 개의 패션브랜드 대리점 등을 운영한 패션 전문가다. 그는 "브랜드 입장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맞춤형 전략을 세울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점포가 20개로 늘면 한 브랜드가 우리 유통망을 통해서만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패션 브랜드는 수수료 부담이 적은 새로운 판로를 찾고, 우리는 구매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상생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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