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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땅과 날씨가 낳은 도자기, 와인처럼 ‘떼루아’가 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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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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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자기 여행: 서유럽 편
조용준 지음, 도서출판 도도
670쪽, 1만8000원

여자들이 시절마다 한 번씩 빠져드는 것으로 흔히 보석·가구·그릇을 든다. 지은이는 남자이면서도 도자기와 사랑에 빠졌다. 특히 유럽 자기에 매료된 포슬리니아(Porcelainia)다.

언론인으로 삶의 전반부를 마감하고 인생 2막을 전업 저술가로 시작한 그는 유럽 문화 탐구, 그 중에서도 유럽 도자기에 집중했다. 2014년 『유럽 도자기 여행: 동유럽 편』, 2015년 『유럽 도자기 여행: 북유럽 편』을 통해 ‘도자기는 치유’이며 과학·예술·유행의 교집합임을 보여줬다.

 ‘유럽 도자기 여행’ 3부작을 마무리하는 서유럽 편은 대미를 장식하는 필자의 마음이 두툼하고 묵직한 분량에 담겨있다. 전편에서 이미 독자들을 놀라게 한 수 백 장 사진과 깨알 정보 외에도 한국 도자기를 향한 그의 애정이 느껍다.

 “이 책은 우리 도자기 문화에 대한 반성과 질책으로 시작했다. 한때 세계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에 눈이 멀고, 넘쳐 나는 플라스틱 그릇의 편안함에 손이 게을러져서, 앞으로 나아길 길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 대한 반동이 바로 이 책들이다.”(658~659쪽)

 자기는 ‘떼루아(terroir)’, 즉 토양·기후·제조방식이 결정한다. 동양적으로 표현하면 ‘천지인(天地人)’이다. 비옥한 땅과 화사한 날씨를 지닌 서유럽 그릇이 밝고 따듯한 이유다. 대항해시대와 함께 ‘도자기 루트’를 연 포르투갈, 섬나라라는 지형 덕에 독자적 자기인 ‘본차이나’를 만든 영국 등 나라별 도자기 문화사가 펼쳐진다.

이 열정적인 도자기 마니아의 다음 여정은 일본이라니 400년 전 바다를 건너간 한국 도공의 혼 찾기를 기대해도 좋겠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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