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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에어비앤비·우버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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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개인 집이나 빈 방을 숙박 공유 플랫폼에 올리면 전 세계 여행객과 연결해주는 에어비앤비(Airbnb). 191개국에서 하루 78만5000명이 이용한다. 기업가치는 255억 달러(약 30조원)로 세계 1위 호텔체인인 힐튼(276억 달러)을 넘본다.

정부,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
부산·제주·강원 공유민박 허용
차량공유 문턱도 낮추기로
양재 R&D, 일산 K컬처 탄력
“2중·3중 규제 푸는 게 관건”

그러나 국내에선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가 창업하기 어렵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규정이 없어 투자 불확실성이 큰 데다 기존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고 플랫폼에 자신의 집을 올리면 현행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Uber)는 ‘불법 택시’ 논란 끝에 일반인을 상대로 한 사업을 접었다.

 # CJ는 경기도 고양시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해 한류문화 콘텐트 시설 ‘K-컬처밸리’를 만들려다 난관에 부딪쳤다. 사업 부지에 포함된 공유지가 걸림돌이었다. 제조업 공장이라면 공유지를 20년까지 빌려 쓸 수 있고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행법상 서비스업에는 임대 기간이 5년에 불과하고 수의계약도 할 수 없다.

 정부가 서비스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우선 투자 사각지대였던 ‘공유경제’와 건강관리 분야의 규제 불확실성을 확 덜어주기로 했다. 부산·제주·강원에서부터 시범적으로 ‘공유민박업’을 허용해 공유경제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기로 했다.

일반 숙박업보다 완화된 요건을 갖춰 등록하면 연중 120일까지 내 집이나 빈 방을 숙박 공유 사이트에서 빌려줄 수 있다. 2017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차량 공유도 면허정보 공급 등의 방법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건강관리서비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종 규제를 받는 의료행위와 구분해줄 계획이다. 건강체크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처럼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한 헬스케어서비스가 ‘의료기기’ 논란에 휩쓸려 좌초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가 1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내놓은 투자활성화 대책의 초점은 스포츠·건강관리 ·공유경제 등 서비스와 내수산업에 맞춰졌다.

 규제에 발목이 잡혀 대기 중인 투자의 물꼬도 틔운다. 정부는 관광·서비스업에도 제조업과 같은 조건으로 공유지를 빌려줘 ‘K-컬처밸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규제혁파 외친 대통령 “모든 규제 물에 빠뜨려 꼭 살릴 것만 꺼내라”

일산 자동차서비스종합단지 역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해줄 수 있는 대상에 공단이나 아파트단지 외에 자동차테마파크 같은 서비스업도 추가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양재·우면동 연구개발(R&D) 단지도 ‘지역 특구’로 지정해 용적률 등을 높여주기로 했다.

이를 포함해 개별 규제를 풀기로 한 6개 프로젝트 중 5개는 수도권에서 벌어진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6개 사업에서만 6조2000억원 이상이 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新)산업 투자에선 규제를 푸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규제만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3년간 50조원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 입맛에 맞게 골라서 없애는 게 아니라 일단 모두 물에 빠뜨려놓고 꼭 살려내야 할 규제만 살려두도록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말처럼 속도가 중요하다”며 “우선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대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이드라인, 시범 도입 등은 관련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택한 ‘우회로’여서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판 에어비앤비나 우버 역시 국회에서 입법과 이해관계 조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실화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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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서비스업은 같은 투자로도 제조업의 두 배에 가까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지만 훨씬 많은 규제에 둘러싸여 있다”며 “찔끔찔끔 완화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규제 개혁이 필요하며 국회도 서비스산업발전법, 원격의료법 등의 법안을 시급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민근·전수진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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