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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 세운 '전투복' 정장…北 제재 역설 땐 주먹 불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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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에서 오른 주먹을 두 차례 불끈 쥐었다. 강력한 대북제재의 필요성과 민생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대목에서였다.

북한 54회, 핵 28회, 도발 20회 발언
문재인 등 야당 의원도 기립 인사
연설 중 더민주 박수 0, 안철수 두 번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36분 국회에 도착했다. ‘전투복’ 코드라 불리는 깃을 세운 짙은 남색 재킷에 검정 바지 정장을 입었다.

오전 10시2분쯤 박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여당 의원들은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야당 의원들은 기립은 했으나 박수는 개인 판단에 따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연단에 설 때까지 박수로 인사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북한’(54회), ‘우리’(52회), ‘도발’(20회), ‘핵’(28회), ‘미사일’(13회), ‘강력’(10회), ‘제재’(9회)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힘’도 5회나 나왔으나 ‘대화’는 한 번도 없었다. 26분간의 연설 중 새누리당 의석에선 16차례 박수가 나왔지만 더민주에선 ‘0’이었다.

박 대통령이 “과거처럼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선 안 된다”고 했을 땐 야당 의원들이 한숨을 쉬거나 스마트폰을 꺼내 봤다. 모니터로 웹툰(만화)을 보는 더민주 홍종학 의원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노동개혁은 일자리 개혁”이라고 강조했을 땐 더민주 장하나 의원이 일어서서 본회의장을 나갔다. 정청래 의원 등도 연설이 끝나기 전 자리를 떴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의 입·퇴장 때는 물론, “국민의 단합과 우리 군의 확실한 애국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연설 대목 등에서 두 차례 박수를 보냈다.

 연설을 마친 박 대통령은 본회의장 가운데 통로에 나와 서 있던 여당 의원들과 웃으며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유승민 의원은 대오에 끼지 않고 본회의장 자기 자리에서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바라봤다. 박 대통령이 그냥 지나치자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님, 저 여기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이에 박 대통령이 뒤를 돌아보곤 “아, 여기 계셨군요”라며 윤 의원과 김희정 의원 등에게 인사를 건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원유철 원내대표, 최경환 의원 등과 함께 국회 밖까지 박 대통령을 배웅했다.

김경희·위문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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