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중국 외교부 부부장 “사드 배치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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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장관(오른쪽)이 16일 외교부에서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만났다. [사진 조문규 기자]

16일 열린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 중국 측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고 재차 밝혔다.

한·중 전략대화서 또 반대 발언
“강력한 유엔 제재결의안엔 찬성”

양측 수석대표인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2시간에 걸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협의 동향,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

장 부부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이후 처음 방한한 중국 고위급 당국자다. 그는 대화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관련 당사자가 신중하게 행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는 당초 이날 공식 의제가 아니었으나, 중국 측이 제기했다고 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임 차관은 “우리 안보와 국익 관점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정부 입장을 장 부부장에게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 문제와 개성공단 중단 결정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우리 정부가 취한 조치를 설명했다”며 “중국 측도 우리가 그런 결정을 내린 배경과 우려를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측도 우리의 우려를 존중해달라’는 뜻을 표했다”고 전했다.

 중국 측은 사드에 대한 반대를 이야기하면서도 자국의 안보 우려만 강조했을 뿐 “한·중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의 경제 보복 등이 고려되지 않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이날 대화의 상당 부분은 중국 측이 안보리 결의안 협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할애됐다. 임 차관은 중국의 설명을 듣고 난 뒤 한국의 추가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은 “양측이 강력하고 실효적인 안보리 결의를 조속히 채택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여러 채널에서 긴밀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 부부장도 기자들과 만났을 때 “우리는 안보리에서 새롭고도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화에 참여한 한 당국자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안보리에서의 ‘진일보한 조치’가 무엇인지, 미·중 간에 어떤 협의를 하고 있는지 등을 장 부부장이 상세히 설명했다. 우리 측은 이를 평가했다”고 전했다.

또 “대화에서 한·중 관계가 그간 어떻게 좋아졌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지도 심도 깊게 논의됐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한 중국의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글=유지혜 기자·왕웨이 인턴기자 wisepe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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