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참배 빠진 김정은…"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 선포 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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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11월 사망)의 74번째 생일인 16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식 참석 명단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없어 정부 당국이 배경을 알아보고 있다.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은 광명성절로 불리는 최대 명절이며, 지난 7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미사일)의 명칭도 광명성이었다.

김정은이 김일성ㆍ김정일 부자(父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했다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정은은 집권 첫 해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월16일 0시에 고위 간부들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일 동지의 탄생일을 맞아 당과 국가, 군대의 책임 일꾼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경의를 표시했다”며 김정은의 이름을 뺀 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별도로 혼자 참배했는지 등 정확한 내막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참배에 왜 불참했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내막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새해 첫 날인 1월 1일 0시에도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바 있다. 동국대 김용현(북한학과) 교수는 “신변상의 이유가 아니라면 5월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기 위한 제스처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도 “정확한 사정은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 아버지 김정일의 후광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김정일 우상화에 나서는 동시에 김정은을 향한 대를 이은 충성을 독려했다. 평양방송은 “온 겨레는 어버이 장군님(김정일)을 민족의 태양으로 영원히 모시고, 김정은 원수님의 영도에 따르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게 간직한다”고 보도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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