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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인사이드]"'산울림' 앨범 함부로 내지 말라"는 김창완씨 패소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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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김창완씨가 ‘산울림 엔솔로지’라는 음반제작자 손모씨를 상대로 낸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 김용대)가 지난 11일에 내린 결정이 16일 알려졌습니다.
‘산울림 엔솔로지: 서라벌 레코드 시대 1977-1980’은 지난달 27일 한정판 500세트가 발매됐습니다. 김창완ㆍ김창훈ㆍ김창익 3형제로 구성된 밴드 록밴드 산울림이 연주한 1~6집과 1장의 싱글앨범, 1장의 영화음악앨범 등 8장의 LP로 구성된 세트입니다. 온라인 판매가가 약 20만원에 달했었죠.

그런데 김창완씨는 앨범 발매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산울림 엔솔로지'의 판매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유는 “허락받지 않고 만든 앨범”이라는 거였습니다.

저작권법상 한 장의 LP에 얽혀 있는 저작권은 3가지입니다. 음반제작자의 권리, 창작자(저작권자)의 권리, 가수 및 연주자(실연자)의 권리. 재판부도 "음반에 실린 곡에 대한 저작권은 작사ㆍ작곡자에게, 연주ㆍ가창에 대한 저작권은 가수에게 있고, 이와 별도로 음반제작자는 작사가ㆍ작곡가ㆍ가수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별도의 저작권을 갖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창완씨는 자신이 산울림 모든 노래의 "창작자이자 실연자이며 음반제작자"라고 주장한 뒤 "‘산울림 엔솔로지’의 발매는 음반제작자 및 실연자로서 갖는 저작권(복제권 및 배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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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앨범 ‘산울림 엔솔로지: 서라벌 레코드 시대 1977-1980’

김창완씨가 음반제작자라고 주장한 근거는 서라벌 레코드사가 발행한 양도승인서였습니다. 여기에 적힌 문구는

…작품은…제작사항 변경으로 인해 모든 사항을 한국음반㈜(대표:김창완)에게 양도함을 승인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기에는 곡명과 작사가ㆍ작곡가만 나열돼 있을 뿐 서라벌레코드가 음반 자체에 대한 아무 언급이 없어 이것만으로 서라벌레코드가 김창완씨에게 저작권을 양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수(실연자)로서 갖는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창완씨가 가수(실연자)로서 노래와 연주에 대해 저작권을 갖는 것도 맞고 손모씨가 김창완씨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도 맞지만 김창완씨가 자신의 권리를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신탁했기 때문에 권리를 직접행사할 수는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주로 작곡ㆍ작사가들의 저작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며 복제 및 배포에 따른 저작권료를 징수ㆍ배분하듯이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는 주로 가수와 연주자들의 노래와 연주에 대한 저작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단체입니다. 재판부는 기록과 진술을 종합해 볼 때 김창완씨가 이 연합회에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김창완씨는 이 소송에서 작곡ㆍ작사가로서의 권리는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 역시 음저협 등에 신탁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판매를 막지 못해 일단 앨범은 팔렸지만 아직 법적 분쟁의 소지는 남아 있습니다. 이미 김창완씨가 이미 각 협회에 신탁관리하고 있는 창작자나 실연자로서의 권리를 다시 주장하기는 어렵겠지만 음반제작권을 서라벌레코드사로부터 양도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할만한 양도계약서라도 어딘가에서 찾아낸다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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