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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료 30년…남은 30년은 우리 아름다움 되찾는 데 써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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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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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마애삼존불 앞에 선 배국환씨. “1500여 년 전 백제인의 솜씨에 가슴이 뛴다”고 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배국환(60) 전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짬이 나는 대로 남한산성을 찾는다. 지금까지 20차례 가까이 된다.

배국환 전 재정경제부 제2차관
틈날 때마다 전국 문화유산 답사
28곳 사연 시·에세이로 풀어내

설 연휴가 끝난 지난 11일에도 남한산성에 올랐다. 등산코스로 인기 있는 남한산성에 올 때마다 그는 가슴 속 답답함을 느낀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피신 왔던 그곳에서 백성을 지키지 못한 위정자의 책임을 떠올린다. 6년 전 ‘아! 남한산성’이란 시도 썼다. ‘수어장대에서 내려다 본 송파나루터는 온데 간데 없다/환향녀(還鄕女)의 피눈물을 머금은 탄천도 통곡을 멈췄다.’

 배 전 차관이 최근 『배롱나무 꽃필 적에 병산에 가라』를 출간했다. 병산은 경북 안동 병산서원을 가리킨다.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西厓) 유성룡(1452~1607)이 세운 배움터로,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한국미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는 ‘강물이 적당히 게으르고/바람막이 병풍산이 다소곳한 곳’이라고 읊었다. 그는 이렇듯 전국 문화유산 28곳(개)에 대한 감흥을 시와 에세이로 풀어놓았다. 30년 경제관료 생활을 마치고 문화유산 전도사로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는 그의 여정을 담았다.

 “10년 전부터 전국을 돌았습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큰 영향을 받았죠. 2012년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에서 벗어나면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궁궐·성곽·사찰·박물관 등 열심히 발품을 팔았죠. 고교·대학 동창들과 문화재 1년에 4번 답사여행도 떠났고요. 나이 들었다고 등산만 다닐 수는 없잖아요.”

 배 전 차관은 중학생 때 학생잡지 시 부문에 당선됐다. 공직생활에서 잊고 지냈던 시심을 끄집어냈다.

감사위원 시절 『논어』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미술사학자 고유섭(1905~44) 선생은 한국 전통미의 특징을 ‘구수한 큰 맛’으로 요약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단절된 우리의 아름다움을 되찾는 데 남은 시간을 바칠 겁니다. 30년쯤 하면 될까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결국 ‘한국적’인 것에서 나옵니다. 올 봄학기부터 가천대에서 특강을 하기로 했고요. 100세 시대, 은퇴해도 할 일이 많다니까요.”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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