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왕복항공권이 600달러 대…정말일까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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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700달러 대 한국 왕복 초저가 티켓이 팔리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중국 경유 LA-인천 티켓을 팔면서 미국과 국적 항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LA국제공항에서 중국 남방항공 항공기가 이륙하는 모습.

싸다. 그것도 많이. 요즘 광고되는 한국행 왕복 항공료를 보면 600~700달러짜리가 있다. 물론, 단서조항은 있다. '특정일에 한함' '한 달 전 구매에 한함' '중국 경유'라는 작은 글씨가 붙어 있다. 한번 스톱바이(stop by)한다는 것과 지금이 비수기라는 것을 감안해도 많이 싸다. 왜, 이렇게 싼 걸까. 혹시, '함정'은 없을까. 문의전화를 하면 '다 팔렸다'라는 말만 듣는 것은 아닐까. 미끼용인가.

어쨌거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요즘 한국 왕복 항공료가 1100달러 수준인 것에 비하면 35~45% 싸다. 비행기 티켓 싸게 파는 곳으로 알려진 태양여행사 최선희 대표는 "50% 이상 쌀 수도 있다. 여행사를 오래 해 왔지만 이렇게 쌌던 적이 없던 것 같다"고 말한다.

광고가 고객을 유혹하려는 마케팅의 일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중국 항공사들 때문이다. 에어차이나, 동방항공, 남방항공 등 중국 3대 항공사들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탓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김상직 기획팀장은 "중국 항공사들이 예전보다 취항편수를 늘리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고객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중국 항공사들은 자국 정부로부터 지원금까지 받는 터라 가격 경쟁력 면에서 한국은 물론 미국 항공사들보다 싸게 팔 수 있는 구조다. 미국 항공사들도 중국 항공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타이항공이 저가 정책을 내세워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 유사한 셈이다. 아쉽게 지난해 10월 취항이 취소됐지만 타이항공은 국적기들에 비해 300~400달러 이상 싸게 팔면서 LA한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저가정책에 따른 수익감소가 노선폐쇄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안전운항 이유, 양국 간 정치적 문제 등이 더 큰 이유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 항공사들의 저가 세일은 국적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 팀장은 "국적기들은 중국 항공사들과 가격 경쟁을 펼치기 어렵다. 성수기, 비수기의 수요·공급에 맞춰 어느 정도의 가격대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고객을 놓칠 수도 없으니, 스팟 프로모션 형태로 특정일에 한해 낮은 가격의 티켓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팟 프로모션은 항공사의 기획·분석팀에서 고객 예약을 살펴, 좌석 수요가 크게 떨어지는 요일이나 시간대에 할인 판매를 진행하는 것이다. 국적기라도 한국 왕복 항공료가 800달러 대에 팔릴 수 있는 이유다.

중국 항공사들의 저가 정책은 비수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한우리여행사 김민희 사장은 "국적기와 중국 항공사들의 성수기 가격도 500달러 정도 차이가 있다. 직항이 아니라는 점과 귀국편 일정 변경에 따른 페널티 등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괜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항공기들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공항 등에서 내렸다가 인천으로 다시 출발하기 때문에 평균 4~5시간 정도는 더 걸린다. 국적기의 경우, LA에서 인천공항까지 13시간 정도 걸린다면 중국 항공기로는 18시간 여정을 감안해야 한다. 국적기들은 귀국편 일정 변경 시 페널티가 없지만 중국 항공사들은 100~200달러 이상의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사장은 또 "중국 항공기 이용은 언어나 음식 등의 불편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아무래도 젊은층 이용률이 높은 편"이라며 "가격이 낮아 동남아로 가는 타인종 수요도 많기 때문에 특정일에 한하거나, 구매시한 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여행 일정이 결정돼 구매를 서두른다면 광고처럼 낮은 가격의 구매가 용이하다"고 소개했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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