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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김정은 1억 달러 돈줄 끊기, 현금보다 ‘어음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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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장인 동창리를 찾았다는 기록영화를 11일 방영했다. 김정은은 전용기 ‘참매 1호’를 타고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왼쪽) 등과 대화 중이다. 김정은 앞의 노트북은 미국 애플 제품으로 추정된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시찰에 이만건 군수공업부장, 홍영칠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이 수행했다고 밝혔다. 홍영칠은 4차 핵실험을 주도한 인물이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에 1억 달러를 안 주는 대신 한국은 5억 달러의 손해를 감수한다. 수치상으론 한국이 4억 달러어치의 손해를 본 것이지만 정부는 “고통을 당하는 것은 북한”이라고 했다. 정부가 10일 전면 중단을 선언한 개성공단 얘기다.

정치적 손익 계산

하지만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따른 손익계산은 단순한 ‘산수’만으로는 경제적·국제정치적 손익을 따지기 힘든 고차방정식이다.

①1억 달러 vs 5억 달러=통일부는 지난해 공단을 통해 북측에 들어간 돈이 1억1000만 달러(약 1320억원)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1~11월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기업들의 매출액은 5억1549만 달러(약 6198억원)다.

2014년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개성공단은 2004년 12월 첫 제품을 생산한 이후 10년간 남측에 32억6000만 달러(약 3조 9000억원)의 내수 진작 효과를 줬다. 북한엔 3억8000만 달러(약 4550억원)의 이익(현금)을 가져다줬다.

수치상으론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끼치는 경제적 피해는 북측이 크다. 양측의 2014년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남측의 손실액(5억 달러)은 GDP(1조4104억 달러·1485조원) 대비 0.04%, 북측 손실액(1억 달러)은 GDP(322억 달러·33조9490억원) 대비 0.3%다.

하지만 KOTRA가 지난해 6월 발간한 ‘2014년도 북한 대외무역 동향’에 따르면 북한의 무역 규모는 76억1000만 달러다.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1억 달러를 끊는다 해도 실질적 타격이 있겠느냐는 지적을 하는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 비교로 제재 효과를 가늠하긴 힘들다고 말한다. 동아대 강동완(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간 개성공단은 북한이 노동력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큰 축이었고, 북한 주민들에게는 선망의 일자리였다. 개성 내에선 실직 근로자들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오는 등 사회적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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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김정은 통치자금에 직격탄?=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는 상징적 측면과 실질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상징적으로는 정부의 대북제재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실질적으로는 김정은에게 유입되는 현금줄을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북한으로 외화가 유입되는 외부 통로 중 개성공단은 김정은에게 직접 자금이 전달되는 드문 채널”이라며 “이를 끊어 김정은 체제가 통치자금으로 전용할 수 있는 수단을 막았다는 점에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려대 조영기(북한학과) 교수도 “핵무기나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자금으로 들어가는 돈을 끊었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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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중국 움직일까=관건은 정부의 ‘결단’이 중국을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다. 중국이 계속 북한을 감싸면 오히려 국내 여론 분열과 비판으로 인한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성균관대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한국은 미국 등으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 등 강력한 양자제재를 촉구하기 위해 솔선했다고 하는데, 중국이 한·미·일 주도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참여하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려대 국제대학원 김성한 교수는 “한국이 제살깎기도 감수했다는 전략으로 ‘국제사회 대 북한’ 구도를 주도하면 중국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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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차방정식에서 당장 딱 떨어지는 ‘손익계산서’를 정부가 받아들긴 어렵다. 이화여대 박인휘(국제관계학) 교수는 “개성공단 중단 카드는 중국과 국제사회에 대북제재를 강화해 북한의 핵 포기 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어음’을 발행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그는 “중국 등이 어음을 부도낼지 여부에 따라 개성공단 중단의 손익계산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서재준·안효성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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