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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美 대선판 뒤흔든 70대, 왜 버니 샌더스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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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현실정치에서 철저한 비주류였던 버니 샌더스(75) 상원의원(버몬트주)이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주류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아이오와에서 펼친 첫 경선에선 0.25%p 차이로 어깨를 나란히 하더니,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 경선에선 22%p 차이로 크게 누르며 대세임을 입증했다. 그의 인기 비결은 뭘까.

이 영상을 보자. 제목은 '180초 안에 샌더스를 지지하게 만들 영상'(In 180 seconds, You will be voting for Bernie Sanders)'이다.

그는 '사회주의자'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미국 내 '부의 불평등' 현상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그는 "1%와 99%의 불평등을 깨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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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극심하고 4천만명 이상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반대편에선 최상류층이 전례없이 부유해지고 있다. 제가 생각하기에 최소한 국가라고 한다면 적어도 굶주리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소수가 대부분의 재산을 차지하고 대다수는 거의 갖지 못한다면
이 위대한 나라는 유지될 수 없다.

금융기관 여섯 곳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소유하고 있다.
더 이상 이들을 규제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망하기에 너무 크다면, 존재 자체도 너무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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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이렇게 제시한다.

최저임금을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되도록 몇 년 안에 최소한 시간당 15달러 이상으로 올려야한다.

아동 보육에서 대학 교육까지 양질의 교육을 모든 사람이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선진국 중에 '국가건강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해마다 4만5000명이 병원에 가지 못해서 목숨을 잃는 현실이 내가 국가건강보험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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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액의 정치 자금을 제공하는게 합법인 미국에서도 샌더스는 부자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지 않는다. 100만명 이상으로부터 평균 34달러(4만700원) 받았다. 그런데도 뉴햄프셔 경선 이전까지 클린턴이 거둔 3800만 달러(456억원)의 75% 수준(2830만 달러·456억원)을 걷었다. 뉴햄프셔 경선 이후엔 하루도 지나지 않아 520만 달러(62억3000만원)를 모았다.

현재 우리는 억만장자들이 말 그대로 돈으로 선거판과 후보를 매수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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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더스는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는다.

많은 선거를 치러왔지만 주민들은 '버니 샌더스는 결코 비난 광고를 하지 않았다'라고 말할 겁니다.
저는 30초짜리 비난 광고는 질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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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호소력은 바닥부터 시작한 '비주류' 경력에서 나온다. 버몬트주 벌링턴시장(1981년)→버몬트주 하원의원(1991~2007년)→버몬트주 상원의원(2007년 이후)을 차례로 밟아 올라왔다. 그는 정치적 신념 때문에 무소속이었지만 민주당과 연계해서 활동했다. 당내 최대 라이벌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미국 국무장관, 퍼스트레이디를 거치면서 정치적 주류로 살았던 것과 대비된다. 뉴햄프셔 경선에서 역시 1위를 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어 백인 보수층을 대변하고, 막말로 저소득층 백인에게 호소하는 것과도 다르다.

저의 정치경력은 상원의원들 중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편입니다.
저를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수 없이 많은 이들이 맞서 싸운다면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약점도 있다. 히스패닉과 흑인의 지지가 아직 불확실하고, '신자유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사회주의자라는 낙인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그의 인기를 '찻잔 속 태풍'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이어지는 네바다 경선(2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27일), 그리고 13개 주에서 한꺼번에 예비경선을 치르는 '수퍼 화요일'(3월 1일)까지 '샌더스 허리케인'이 얼마나 커질지 지켜볼 일이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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