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으로 여성 엉덩이 꾹 누른 건 “성추행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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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80세 할아버지 김모씨는 2014년 10월 지하철 전동차에서 급하게 내리면서 앞에 서 있던 20대 여성의 엉덩이를 주먹으로 눌렀다. 김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김씨는 지난해 6월 지하철역에서 여고생의 허벅지를 만진 혐의로도 기소됐다.

80세 할아버지에게 무죄 판결
여고생 허벅지 만진 건 유죄

이 사건을 맡은 서울 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 김경)는 최근 엉덩이를 주먹으로 누른 행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여고생의 허벅지를 만진 행위는 유죄라고 판단하고 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을 명령했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마천행 5호선 전동차를 타고 가다 목적지인 장한평역에서 열차가 멈추자 피해 여성 김모(21)씨의 왼쪽 엉덩이를 주먹으로 눌렀다. 당황한 피해자가 김씨를 쫓아가 붙잡은 뒤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자는 “김씨가 엉덩이를 마치 도장 찍듯이 꾹 누르고 갔고 이 때문에 넘어질 뻔했다. 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피고인 김씨는 “화장실에 가려고 급히 내리려는데 출입문을 가로막고 서 있어 밀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인 김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시민 배심원단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도 “성추행을 하려고 신체 접촉을 하는 일반적인 행위와 사뭇 다르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에 김씨가 지난해 6월 말 1호선 청량리역 출구 계단에서 내려오던 오모(18)양의 교복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허벅지를 만진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추행의 목격자가 있음에도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며 유죄라고 판단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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