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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제 구도 땐 여당 과반 실패 법칙…깨느냐 못깨느냐에 김무성 미래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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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분열하면 여권이 어부지리를 얻는다는 건 ‘민주 대 반민주’ 시대의 논리다. 과거 다당제 구도로 치러진 총선에선 여당의 과반이 저지됐다.”

정치부 팀장들이 본 총선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다당제로 치러진 총선에서 제1당이 과반을 한 적이 없다”는 요즘 여의도 정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얘기 중 하나다. 새누리당은 단일대오고,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됐는데도 아이러니하게 여야 없이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다. 이런 분석 속에는 야권의 ‘기대’와 함께 여권의 ‘우려’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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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올 초 이번 총선의 목표 의석을 180석이라고 얘기했다가 부랴부랴 주워 담았다.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당 안팎에서 “오만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급기야 지난달 15일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180석 발언은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국민께 눈물로 호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총선은 늘 박빙의, 지지율 1% 싸움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일여다야(一與多野)로 치러진 선거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넘기지 못했다”고 몸을 낮췄다.

김 대표가 이처럼 의석 수에 민감해하는 건 총선 결과와 김 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연관돼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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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취임 이후 친박계로부터 견제를 받아왔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도 매끄럽지 않았다. 특히 그가 내세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가 현역 의원 컷오프와 전략공천을 배제하는 것이어서 친박-비박계 간 갈등이 치열했다.

결국 국민 여론과 당원의 의견을 각각 70%와 30% 반영하는 경선룰이 정해졌지만 최근까지도 친박계는 “인재 영입과 전략공천에 나서라. 그렇지 않으면 과반 의석 달성이 어렵다”(최경환 의원)며 김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인재 영입과 전략공천을 하지 않아 과반 의석 달성이 어려운 게 아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 수도권 민심이 악화돼 있는데 진박-비박 운운하며 유치한 싸움을 하는 데 대한 반감이 큰 것”이라며 “상향식 공천은 오히려 당의 분열을 막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최소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친박계는 인재 영입과 전략공천에 미온적이었던 김 대표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김 대표로서도 과반 의석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권 하반기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과반 의석은 ‘정치인 김무성’의 미래에 필요조건이다. 문제는 결과다. 아직까진 “과반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는 분석이 더 많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과거 3당 구도에서 여권이 과반을 못 얻었던 건 보수정당이 분열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보수가 아닌 진보가 분열했기 때문에 새누리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경제에 민감한 수도권 민심을 감안하면 180석은 결코 쉽지 않다. 어렵사리 과반 의석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여당 취재팀장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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