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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딛고 학위 받는 김현승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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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걸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다. 휠체어가 없이는 한 발짝도 못 움직인다.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귀병을 안고 태어난 탓이다.

서른셋 김현승씨(사진) 얘기다. 그런 김씨가 대학 졸업장을 받는다 16일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학교에서다. 그는 남들처럼 4년 만에 졸업장을 품에 안는다. 졸업과 동시에 취직도 한다. 더구나 정규직이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던 김씨는 툭하면 뼈가 부러져 철심을 뼈에 넣는 수술을 30차례 이상 받았다. 종아리와 허벅지·척추·두 팔에 박힌 철심은 그가 평생 같이 해야 할 몸의 일부분이다. 수술 때마다 했던 전신마취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후유증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그는 같은 병을 앓던 여동생(31)과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재택교육을 받으며 초등학교·중학교 과정을 마쳤다. 2004년 포항두호고에 진학한 그는 3년 만에 졸업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은 엄두도 못 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수업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서였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5년간 공무원 시험에 매달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사이 대학에 진학한 동생은 국가장학금과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으며 먼저 학위를 취득했다. 자극을 받은 김씨는 2012년 나사렛대(멀티미디어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학우들과의 경쟁, 신체적인 문제, 심리적 불안감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았다. 그런데도 그는 학년 전체수석 등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4년 내내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교내외 경진대회와 공모전에서도 6개의 상을 수상했다.

그는 창업동아리에서 팀장을 맡으며 ‘휠체어 정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했다. 이미지연구소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자문, 장애인 친화 쇼핑공간 만들기 자문 등 대외적 활동에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신체적 장애는 ‘할 수 있다’는 의지 앞에선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김씨는 졸업 후 경기도 판교의 (재)행복한웹앤미디어에 취업한다.

김현승씨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며 “꿈을 품고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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