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김종인이 보낸 축하난 청와대서 한때 거절‘난초의 난’

중앙일보

입력 2016.02.03 02:19

업데이트 2016.02.03 11:30

지면보기

종합 10면

기사 이미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일 박근혜 대통령의 64번째 생일 선물로 보낸 난. [사진 조문규 기자]

난(蘭·난초)이 ‘난(亂·소동)’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축하 난 얘기다.

더민주 “갑자기 사양한다 해 황당”
오전에 거절 전화 받고 언론 공개
청와대 오후 “받기로 했다” 수습
“대통령, 사실 알고 정무수석 질책”
이병기 실장 직접 나서 “실수 죄송”

이날은 박 대통령의 64번째 생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축하 난을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오전에 난을 거절했다. 더민주는 “황당하다”(김성수 대변인)며 언론에 이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오후 들어 “박 대통령의 뜻이 아니었다”면서 난을 받았다.

제1야당 대표급이 보내는 생일 선물을 청와대가 거절하는 건 이례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입장을 번복하는 건 더 이례적인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문제의 난을 놓고 청와대와 더민주는 오전 중 세 차례의 통화를 주고받았다. 첫 통화는 오전 9시를 갓 넘겨서였다. 전화를 건 건 더민주 비대위원장실 비서실 실무자였고, 전화를 받은 건 청와대 정무수석실 관계자였다.

그런데 통화 내용을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더민주 측 비서실 실무자는 “두 번째 통화까지도 청와대는 난을 받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연풍문(청와대 방문객 안내소)으로 오시라’고 안내까지 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걸어온 세 번째 통화에서 입장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 실무자는 “청와대 측이 대뜸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해 ‘대표가 보내는 겁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생일 때 대통령이 난을 보내신 적도 있다’ 등으로 설득했는데도 같은 대답만 되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그가 기억하는 세 번째 통화 시간은 오전 10시가 다 돼서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들이 전한 청와대 측 얘기는 다르다. 청와대는 계속 사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현기환 정무수석 차원에서 거절한 것”이라고도 했다. 난을 거절한 게 대통령이 아니라 정무수석의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처리키로 한 여야 합의를 김 위원장이 파기한 마당에 축하 난을 주고받는 게 적절치 않다고 현 수석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난을 거절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고단한 삶을 사는 국민에게 작지만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설 명절을 앞두고 좋겠다는 뜻이 있어 난을 보내려고 한 건데 황당하게 거절됐다”고 했다. 인터넷 등에서는 청와대를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청와대는 수습에 나섰다. 정연국 대변인은 오후 3시쯤 춘추관(기자실)을 찾아 난을 받기로 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나중에 보고받고 정무수석을 크게 질책했다”고 말했다.

오후 4시50분에야 성사된 난 전달 자리에는 이병기 비서실장이 직접 나왔다. 이 실장은 더민주의 박수현 비대위원장 비서실장과 김 대변인에게 “오전에 실수가 있어 죄송스럽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있어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국무회의가 끝나고 오후 2시쯤 대통령도 상황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를 도와 정책공약을 담당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지냈다. 새누리당은 김 위원장의 ‘변신’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우여곡절 끝에 청와대에 들어간 난은 ‘황금강’이라는 품종이다. 더민주가 서울 송파구의 화원에서 구입했고, 가격은 30만원대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 외에) 외부에서 오는 다른 난들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글=남궁욱·현일훈·위문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