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일본, 범정부 차원서 관광객 유치해 큰 성과…독립 관광청 없는 나라는 한국 뿐

중앙일보

입력 2016.02.03 00:01

업데이트 2016.02.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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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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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경제연구소장

일본의 고객 접대는 극진했다. 눈 밭 속 료칸(旅館)에 들어서자 기모노 차림의 여성 종업원들은 어깨와 머리를 떨구고 무릎을 꿇은 채 고객을 맞았다.

지난 26~29일 일본 중부지역 다카야마(高山)를 방문했을 때의 경험이다. “우리는 한국인을 최고의 친구로 생각한다. 여행을 오시면 가까운 이웃으로서 환영한다.”

일본은 패전에서 일으킨 수출입국에 이어 21세기 국가성장의 핵심 수단으로 관광입국의 기치를 내걸었다. 관광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속내를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게다가 필사적이고 조직적이었다. 마치 일왕이라도 방문한듯 한국인 고객을 모셨다.

지난 26~29일 서울시관광협회를 초청해 일본 관광의 매력을 보여준 자리에서 확인된 관광전략이다. 다카야마는 산골 오지여서 일본인도 평생 한 번 갈까 말까 한 곳이다.

한데 이곳에 중국 남부지역의 유커(遊客)와 대만·싱가포르·홍콩·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출신 관광객이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3년 사이 관광객은 배 이상 늘었다. 마치 수년 전 남이섬에서 북적댔던 동남아인이 통째로 옮겨 온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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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 성공 사례를 보도한 2월 2일자 B2면.

지난해 한국은 7년만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에서 일본에 역전패했다. 일본은 1974만명을 유치했고 한국은 1323만명에 그쳤다. 일본이 47% 증가하는 사이 한국은 6.8% 감소했다. 엔화 약세의 영향이 컸겠지만 요행만은 아니라는 걸 일본의 산골 마을에서 목도했다.

비결은 뜻밖에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번째 화살(구조개혁) 가운데 하나인 관광입국 정책에 있었다. 아베는 ‘내일의 일본을 지탱할 관광비전 구상회의’의 수장으로, 일본 관광진흥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관광을 미래의 공해 없는 먹거리 산업으로 지목한 뒤 과감한 규제 완화와 해외판촉 강화를 통해 실적을 거두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경기부양에선 고전하고 있지만 관광입국에선 과실을 따먹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에선 총리 지휘 아래 관광청과 지방자치단체, 여행업·교통업 등 민간업체가 힘을 합쳐 거미줄 같은 조직력을 가동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외국인이 일본 여행에서 쓴 돈은 3조4771억 엔(약 36조원)에 달한다. 아베의 면세점 확대 정책으로 나타난 바쿠가이(爆買い·중국인의 싹쓸이 쇼핑)의 결과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235만대의 차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과 맞먹는다.

반면 한국은 일본에 고객을 빼앗기면서도 속수무책이다. 연초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관광의 해를 선포하고 연예인을 내세워 화려한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일본의 관광입국 전략을 이길 수 있을까. 한국은 즉각 관광청부터 신설해 진흥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일자리의 보고(寶庫)인 관광산업을 키우겠다면서 별도 정부기관이 없는 나라는 드물다.

지난해 한국에 온 유커는 600만명이다. 중국인이 태어나 한 번만 와도 220년이 걸린다. 이렇게 많은 고객을 놓고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을 때가 아니다.

김동호기자kim.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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