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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러 대사 "박 대통령 제안 5자회담 효력 의심스럽다"…사드 배치 반대도 재확인

중앙일보

입력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가 2일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논란에 대해 “배치가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사드 배치가 한·러 양자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일 서울 정동 주한러시아 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 관련) 미국과 한국 해당 기관 간의 접촉이 더 많아진 것을 잘 보고 있다”며 “(사드 관련) 결정이 (한·러)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다.

그는 “사드 배치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 및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한·미 등) 모든 당사국에 군사분야 지역 상황을 악화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도록 호소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드 배치 문제가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 제재와 관련해 러시아 입장에 영향을 줄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시기상조”라면서도 “분명한 것은 (사드 관련) 결정이 앞으로 지역 내 러시아의 대외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고려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6자회담 틀 내에서의 5자회담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티모닌 대사는 “(5자) 회담 구도가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북한 참여 없이는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으며, 5자 구도는 북한의 추가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효력 있는 수단은 6자회담”이라며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한·미·일 vs 중·러’ 구도를 재확인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5자회담에 대해 지난달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티모닌 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 방안과 수단에 대해 의견이 거의 일치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양국) 접근도 아주 가까울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티모닌 대사는 러시아가 대북 양자제재를 할 계획이 없음도 분명히 했다. 그는 “러시아는 항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대한 양자제재를 반대해왔고, 지금도 반대한다“며 “러시아는 안보리 제재에는 참여해왔지만 양자제재는 평양의 더 심각한 고립을 초래하며 핵문제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북 제재 효력에 대해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양자제재 강화를 추진해온 한·미·일과의 시각차가 다시금 드러난 셈이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논의과정에도 러시아는 서두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티모닌 대사는 “제재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북한에서 정확히 어떤 실험이 이뤄졌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현재 상태에서 제재 성격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러시아와의 교류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대해 그는 “핵무기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없는 범위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협력은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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