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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식령에 유럽산 곤돌라, 수백 만원대 노르디카 스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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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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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식령 스키장에 올 시즌 들어 새로 설치된 오스트리아산 곤돌라. [사진 노동신문, 아람 판]

북한 마식령스키장에 유럽산 곤돌라 등 장비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돼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사치품 수출금지’ 제재 구멍
중국 통해 중개무역 했을 가능성

대북소식통은 1일 “지난달 마식령스키장의 올 시즌 개장에 맞춰 신형 곤돌라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북 유입 경로 등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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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첫 개장 때 방문한 김정은이 탄 구형 리프트. [사진 노동신문, 아람 판]

북한이 새로 도입한 곤돌라는 오스트리아의 도펠마이어사(社)의 제품으로 소형 케이블카를 연상케한다. 북한은 2013년 도펠마이어의 제품 수입을 추진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북한에 사치품 판매를 금지한 유엔 제재를 이유로 오스트리아 정부가 수출을 불허한 때문이다.

하지만 곤돌라와 함께 스웨덴산 제설기 등 고가의 유럽산 장비가 마식령스키장에 설치돼 가동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여용으로 구비된 스키도 우리돈 수십 만~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브랜드인 ‘노르디카’ 제품이다.

우리 정부 당국은 북한이 중국과 동남아를 통한 중고품 거래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고있다. 북한과 유럽 회사가 직거래 대신 제3자를 사이에 낀 중개무역을 통해 유엔 제재망을 피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펠마이어 측은 본지의 확인 요청에 “2013년 이후 북한과 어떤 접촉도 없었다”며 “중개무역에 대해선 답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유엔 결의안에는 사치품에 대한 규정과 함께 그 품목을 각국 정부가 재량껏 정하도록 돼 있다. 국가별로 고무줄 잣대가 적용될 수 밖에 없어 금수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3국을 통한 우회거래도 현재로선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및 개인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의 강화가 실효성 확보의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서재준 기자 suh.jaej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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