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자르고 싶은 부하 있다” 4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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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임원의 명줄은 오너가 아니라 사실상 부하 직원이 잡고 있죠.”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 응한 한 대기업 상무의 얘기다. 임원의 성과는 중간관리자(과·차장)와 부장이 얼마나 일을 잘하느냐에 달렸다는 얘기다.

“기업 사회적 책임 못한다” 69%
정치 성향 보수 35%, 진보 14%
현정부 국정수행능력 C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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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응한 100명의 임원은 대체로 부하 직원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부장급의 업무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56%은 ‘대체로 만족’, 6%는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는 30%, ‘대체로 불만족’은 7%였다. 부장보다는 과·차장급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다.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임원은 8%, ‘대체로 만족’은 62%였다.

한 대기업 계열 보험회사 임원은 “승진 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고참 부장은 사실상 임원의 경쟁자”라고 귀띔했다. ‘권한이 있다면 자르고 싶은 부하 직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54%)’는 응답이 ‘있다(46%)’보다 많았다.

부하 직원에게 무시를 당한다고 느끼거나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소외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한 임원도 있었다.

같이 일하고 싶은 부하직원과 함께하고 싶지 않은 유형도 물었다. 착한·꼼꼼한·창의적인·정직한·영리한 등 긍정적 유형과 못된·게으른·무능력한·소극적인 등 부정적 유형을 각각 20개씩 제시하고 응답자가 네 가지를 고르게 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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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은 ‘책임감 있는’ 부하직원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3명이 택했다. 다음은 ‘창의적인(56명)’ ‘업무 능력이 뛰어난(46명)’ ‘긍정적인(30명)’ ‘충성심이 강한(25명)’ ‘희생정신이 강한(24명)’ 순이었다.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유형으로는 절반 이상인 53명이 ‘거짓말을 하는 부하’라고 지목했다.

다음은 ‘무책임한(42명)’ ‘무능력한(39명)’ ‘게으른(33명)’ ‘무례한(31)’ 순이다. ‘실수투성이인(23명)’ ‘배신할 것 같은(20명)’ 항목도 적지 않았다. 한 중견기업 임원은 “언제든 내 등에 칼을 꽂을 것 같은 부하 직원은 1급 경계 대상”이라고 말했다.

임원들의 정치 성향도 조사했다. 응답 임원 중 51%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답했다. 보수는 35% 진보는 14%였다. 지지하는 정당은 ‘없음’이 60%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새누리당(24%), 더불어민주당(14%), 진보정당(2%) 순이었다.

또한 66%는 ‘한국 사회가 별로 또는 전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임원들은 ‘출발과 과정에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사회(56%)’를 공정한 사회로 봤다.

‘자율과 창의가 제약받지 않고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23%)’ ‘사회적 약자를 더욱 많이 배려하고 실패해도 일어설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18%)’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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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개혁이 가장 시급한 분야(복수응답)에 대해선 ‘정치(84%)’라는 답이 압도적이었다. 다음은 교육(26%)·노동(21%)·경제(20%) 순이었다.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고용(49%)’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30%)’나 ‘이익의 사회 환원(14%)’보다 많았다. 그러나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잘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별로 다하지 못한다’가 58%, ‘형편없다’가 1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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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에 대해선 냉정하게 평가했다. 현 정부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해 응답자의 32명은 ‘C’를 매겼다. ‘D’와 ‘F’로 평가한 임원은 각각 24명, 18명이었다. 단 두 명만이 ‘A’를 줬다.

김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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