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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철저한 사전 대비로 지카 바이러스 유입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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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부터 브라질과 중남미를 휩쓸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가 올해 들어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8일 “전 세계 23개 국가에서 발생 사례가 보고되는 등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미주 대륙에서만 감염자가 최대 400만 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을 정도이니 상황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이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는 태아에 감염되면 두뇌 발육을 억제해 지적장애·발달장애·운동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WHO는 다음달 1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세계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도 어제 지카 바이러스감염증을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방역 전쟁에 들어갔다. 문제는 아직 예방과 치료를 위한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고, 연구와 정보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철저한 사전 방역뿐이다. 브라질 등 남미가 지리적으로 멀다고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오는 8월 5~21일 여름올림픽이 열리고, 9월 7~18일엔 장애인 올림픽이 열린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방역 태세를 갖춰야 한다. 0.1%의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하는 적극적인 선제 방역으로 국내 유입을 막아야 한다.

 방역당국은 공항·항만은 물론 공공·민간 의료기관과 면밀한 소통 및 정보 공유 체계를 갖춤으로써 관련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즉각 현장에 전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역당국과 각 지자체는 전염 매개체인 모기에 대한 방충 활동에도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 겨울철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집수정·하수구·정화조 등을 대대적으로 소독해 해빙기 때 모기 유충이 성충으로 부화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임신부를 비롯한 개인은 질병관리본부의 권고대로 최근 2개월 내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한 위험국가(중남미 21개국과 태국·사모아·카보베르데) 여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국민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