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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정책실장 김병준"3당혁명 새로운 정치 출발" "준비안된 권력 의미없다"

중앙일보

입력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62) 국민대 교수가 29일 "제3당 혁명이 새로운 정치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3당 체제에선 상대를 죽여 내가 사는 정치로는 혜택이 없어 비전과 꿈을 제시하는 포지티브 게임이 가능하다"면서다. 김 교수는 이날 국민의당 초청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정치, 제3의 길을 말한다'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김 교수는 강연에서 "한국 정치의 중요한 모순이 두 개의 거대 정당이 정치를 독과점하고 제로섬 게임을 하는 현상"이라며 "내가 많이 가지면 상대가 못 가져가는 제로섬에선 남을 욕하고 비난하고 깎아내려 반사이익을 보려는 쉬운 정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제로섬의 쉬운 정치에선 심지어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데 이런 정치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의 직접적인 죽음은 이명박 정부의 수사로 유발됐지만 간접적으로는 거대한 죽음의 정치를 그대로 둔 국민과 죽음의 정치를 한 정치인들 모두가 공범"이라고 하면서다.

그는 "두 번째 쉬운 정치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포퓰리즘이며 세 번째는 박정희·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등 지나간 지도자를 파는 정치"라며 "새로운 비전과 꿈을 제시 못 한 채 과거 지도자의 깃발을 쫓아다니는 건 챙피한 얘기"라고도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어려운 정치는 글로벌 사회 분업구조에 맞게 우리 산업구조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고 수많은 영세자영업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국가적 의사결정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라며 "이런 어려운 정치를 진보·개혁의 정치가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김 교수가 "권력이란 손잡이없는 양날을 지닌 칼이다. 쥐는 순간 손을 베이고 행사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몸 속에 들어와 있다"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을 쥐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자 안철수 의원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을 회고하면서 "참여정부 때 대통령을 뵐 때마다 그 고통스러운 순간을 기억한다. '대통령 못 해먹겠다. 권력이 시장으로 갔다' 말씀에 화내고 꾸지람 준 분들도 많았지만 옆에서 지켜보기가 그만큼 우리 정치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양당 대치에선 어떻게 하면 이기냐만 생각하고 그 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참석한 안철수·천정배·김한길 의원 등 소속 의원 10여명에게 "한국 정치에서 3당 혁명이 성공하려면 참여하는 분들이 자신이 가진 걸 내놓고 양보하며 희생할 각오를 단단히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당시부터 자신의 지역구 당선만을 목표로 좇지 말라는 의미에서다.

정효식·이지상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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