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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60% 독식 지상파…공짜 다채널 끝내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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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연내에 지상파 다채널 방송(MMS)을 도입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방통위, 방송법 개정안 하반기 제출
현 단계선 EBS만 검토 한다지만
지상파에 최대 64개 채널 줄 수도
도입 땐 100여 중소채널 고사 위기
전문가 “사업자 선정 재검토해야”

방송통신위원회는 28일 EBS-2TV 채널이 MMS 본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 단계에선 EBS에만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지만, 다른 지상파까지 허용될 가능성을 열어둬 논란이 커지고 있다.

MMS(Muti-Mode-Service)는 디지털 압축 기술을 활용해 기존 1개 주파수 대역(6MHz)에서 2개 이상의 채널을 방송하는 서비스다.

EBS-2TV가 지난해 2월부터 시험방송을 하고 있지만, 방송법에 규정이 없어 본 방송을 위해선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방통위는 이날 20대 국회가 구성되는 올 하반기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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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일단 EBS에 한해 MMS를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전체회의에서 전영만 방송정책국장은 “직접 수신율이 올라가고 향후 (지상파) 콘텐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면 확대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고 문건에도 ‘현 단계에선 EBS 외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현 단계’란 표현을 집어넣었다. KBS, MBC 등 다른 지상파에 추가 허용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지역 MBC 및 민방까지 허용될 경우 최대 64개 지상파 채널이 늘어난다.

유료방송 업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상파들이 MMS 채널을 통해서도 광고를 수주하면 100여 개 중소 방송채널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지상파 방송사는 국내 방송 광고시장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MMS는 상업광고는 편성할 수 없지만 가상·간접광고 등 기술적으로 분리하기 힘든 광고가 포함된 재방송 프로그램은 편성이 허용된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결국 지상파를 더 세워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시장을 면밀히 검토한 뒤 확정해야 할 정책”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MMS가 도입되면 무료 보편적 서비스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또한 논란거리다. 전문가들은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유료 방송 플랫폼을 통해 TV를 보는 상황에서 지상파 다채널이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EBS 2TV를 안테나로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전체의 3.5%에 불과하다. MMS가 확대되면 자칫 유료방송 채널 배분을 둘러싼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EBS-2TV 시범 서비스 결과 연간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1750억원에 달한다는 방통위의 발표도 논란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기존 지상파 방송에 채널을 1~2개 더 주는 게 아니라 방송시장 전체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업자 선정 방식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과거 1개 채널용으로 받은 주파수를 압축률이 좋아졌다고 해서 지상파가 독점 운영할 근거는 희박하다”고 말했다.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지상파 MMS란=Multi-Mode Service. 디지털 압축 기술을 활용해 기존 1개 지상파 채널 주파수 대역(6㎒)을 분할해 2개 이상의 다수 채널을 송출하는 서비스. EBS 10, 10-1 등으로 송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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