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도로 위에선 문화가 달린다 … 소비자 마음 반영한 나라별 올해의 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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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도 해마다 ‘올해의 차(Car of the year)’를 발표하고 있다. 통상 해당 국가에서 나타난 소비자·시장의 반응과 전문가 평가를 토대로 뽑는다. 그 나라의 자동차 문화와 시장 흐름, 소비자 기호를 대번에 알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어 자동차 업계도 수상 여부에 민감하다.

세계 최초 올해의 차는 북미서
승용차?SUV ? 따로 선정해
일본선 국내차?수입차로 구분
환경 중요해지며 그린카도 생겨

올해의 차를 세계 최초로 제안한 곳은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모터 트렌드다. 지난 1949년 올해의 차를 선정한 이후 67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10만 달러 미만의 자동차를 대상으로 디자인·기술력·효율성·안전도·밸류·성능 등 6개 부문에 대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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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한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주행감각, 최고의 안전성능으로 상을 휩쓸고 있다. [사진 볼보]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올해의 차는 1월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발표하는 ‘북미 올해의 차(North American Car of the Year)’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60명 이상의 자동차 기자들이 투표로 한 해를 장식한 최고의 자동차를 뽑는다. 올해로 23회 째다. 그동안 자국인 미국 브랜드가 12회, 일본 브랜드가 4회, 유럽 브랜드가 5회, 한국 브랜드(현대자동차)가 2회 선정됐다. 행사는 ‘올해의 자동차’와 ‘올해의 트럭·SUV’ 부문으로 나뉘며 이번엔 혼다 시빅과 볼보 XC90이 각각 2016 올해의 자동차와 올해의 SUV로 선정됐다.

자동차가 최초로 태어난 유럽에선 ‘유럽 올해의 차(European Car of the Year)’가 지역을 대표한다. 이탈리아·영국·스페인·네덜란드·프랑스·독일·스웨덴 등 7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전문 매체가 주관을 하며 전문가 58명이 모여 최고의 차를 뽑는다. 1964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52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조건도 까다롭다. 최소 5개 유럽 국가에서 연간 5000대 이상 판매한 신차가 대상이다. 그리고 디자인·안락함·안전성·경제성·핸들링·성능·기능성·친환경성·운전자 만족도·가격 경쟁력 등 9개 항목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 시상식은 매년 3월 열리는 ‘제네바 모터쇼’에서 이뤄진다. 다른 상은 없이 오직 ‘올해의 차’ 한대만 뽑는 특징이 있다. 올해는 아우디 A4와 BMW 7시리즈, 재규어 XE, 마쯔다 MX-5, 오펠 아스트라, 스코다 슈퍼브, 볼보 XC90 등이 최종 후보 7대에 올랐다. 지난해엔 폴크스바겐 파사트가 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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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쯔다 로드스터는 궁극의 달리기 재미를 추구하는 인마일체(人馬一體)를 강조한다. [사진 마쯔다]

자동차 대국인 일본도 올해의 차를 선정한다. ‘일본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Japan)’는 다른 곳과 달리 전년도 11월 1일~당해년도 10월 31일까지 출시·판매한 신차를 대상으로 매년 말에 뽑는다. 이 행사는 자동차 저널리스트 등을 중심으로 1980년부터 시작돼 36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수상은 ‘일본 올해의 차’와 ‘일본 올해의 수입차’로 나뉘며 지난해 말에 진행된 선정 작업에선 ‘마쯔다 로드스터’와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가 최종 낙점을 받았다.

미국·유럽·일본에서 뽑는 올해의 차는 오랜 역사와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가장 공신력 높은 평가로도 유명하다. 그럼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각 국가의 ‘내수 브랜드’들이 절대적인 비율로 올해의 차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올해의 차의 경우 3분의 2를 미국 브랜드가, 나머지 3분의 1은 유럽이나 아시아 브랜드들이 선정되곤 했다. 유럽 올해의 차도 전체 52회 중 아시아 브랜드가 선정된 적은 도요타 2회, 닛산 2회가 전부였다. 그나마 미국 브랜드가 6번 선정됐지만 이중 5번은 포드 유럽 법인이 내놓은 신차여서 완벽한 미국 차라 보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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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투어러는 다양한 목적에 대응하면서 BMW 특유의 핸들링 성능까지 갖췄다. [사진 BMW]

일본 올해의 차는 자국 브랜드 선정 비율이 절대적이다. 36년의 역사 중에서 수입차가 영예를 안은 것은 2013년도 말에 선정된 폴크스바겐 골프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일본은 1994년부터 일본 올해의 수입차 부문을 신설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편애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국가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올해의 차를 선정하는 ‘세계 올해의 차(World Car of the Year)’도 나와 더 폭넓은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2004년부터 올해의 차를 선정하고 있는데 23개국 73명의 자동차 기자를 대상으로 점수를 매긴다. 올해의 차 후보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 세계 5개 이상의 국가에서 판매돼야 한다.

처음엔 한대의 차량만 뽑다가 2006년부턴 ‘세계 퍼포먼스 카’와 ‘세계 그린 카’ 그리고 ‘세계 디자인 카’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2014년에는 ‘세계 럭셔리카’ 부문도 추가했다. 수상 차량은 4월 열리는 뉴욕 오토쇼에서 발표한다. 지난해 선정한 세계 올해의 차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가 선정됐다. 앞서 중앙일보가 지난해 초 진행한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서도 같은 차량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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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디자인과 높은 효율성, 성능까지 만족시켜 미국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로 꼽힌다. [사진 쉐보레]

최근엔 친환경 자동차의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을 감안해 2006년부터 ‘올해의 친환경 차(Green Car of the Year)’ 시상도 등장했다. ‘그린 카 저널’이 주관하는 올해의 친환경 차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11명의 자동차 전문가와 환경 전문가가 함께 올해의 차를 선정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친환경성을 중시하는 만큼 폴크스바겐의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터지자 2009년과 2010년에 이 업체에 줬던 올해의 친환경 차 수상을 취소하기도 했다. 최근 선정 작업에서는 쉐보레의 2세대 볼트가 올해의 친환경 차로 선정됐다. 국내서도 올해 판매에 들어가는 모델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동에서도 올해의 차를 선정하고 있다. 2010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데 중동 지역 국가들이 연합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최고의 차를 선정한다. 올해의 차를 포함해 올해의 소형차·중형차·대형차·럭셔리 세단 등 무려 19개에 이르는 항목에서 수상작을 뽑는다.

오토뷰=강현영 기자 blue@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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