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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 싸움만 하는 야권/정작 승부처는 수도권과 충청

중앙일보

입력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이 27일 박주선 의원 측 신당과의 통합을 발표했다. 이틀 전인 25일 천정배 의원측 ‘국민회의’와 통합을 선언한 데 이은 소통합이다. 통합을 성사시킨 김한길 의원은 이날 김민석 의원측 민주당이나 박준영 전 전남지사측 신민당과의 통합, 그리고 정동영 전 의원의 합류에 대해서도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호남이 기빈인 세력을 한데 끌어모으는 셈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이날부터 권한을 넘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그동안 외부 인사 19명을 영입했다.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 호남 출신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충청 출신은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한 명이다. 문 대표는 이희호 여사의 반대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홍걸씨와 기자회견을 함께 하며 호남 민심을 겨냥했다.

이처럼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권은 총선이 77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호남 공략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야당 의원들은 “집토끼를 잡으려다 도끼자루가 썪을 판”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야권은 수도권과 충청에서 선전했을 때 선거에서 승리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을 43석이나 앞섰다. 충청에서도 한나라당보다 18석을 많이 얻었다. 영남에서 한나라당에 56석이나 뒤지고도 열린우리당은 '중원 승리'에 힘입어 지역구 129석으로, 한나라당(100석)을 눌렀다. 2008년 18대 총선에선 여당인 한나라당이 지역구 131석을 얻어 야당인 통합민주당(66석)에 대승을 거뒀다. 17대 총선과 비교했을 때 통합민주당은 서울 25석, 인천 7석, 경기 18석, 충북 2석, 충남 4석을 잃었다.

더민주 민병두(서울 동대문을) 의원은 “충청ㆍ강원의 32석 중 절반을 가져오고 수도권에서 65%를 얻어야 과반을 획득하는데, 야권이 분열되다보니 당장의 기반인 호남 차지하기 싸움만 하고 있다"며 "이러다간 호남 28석과 비례의석을 합해 50석을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나눠갖는 형국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민 의원은 “총선에서 충청을 비롯한 중원과 낙동강(부산)ㆍ달구벌(대구)에 어떤 중심 인물을 내세울지를 강구해야 하는데 아무도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후보 등록일(3월 23일)까지 50일정도 밖에 남지않아 시간도 촉박하다”고 말했다.

충청지역 의원들의 위기감은 더 크다. 더민주 양승조(충남 천안갑) 의원은 “자유선진당과 통합한 새누리당이 강세인 데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가 충청에서 부산ㆍ경남보다 더 나오기도 해 일대일 대결을 해도 쉽지 않다”며 “19대 총선 때도 충청 민심을 끌어들일 대형 공약이 없었는데 이번 총선에선 야권이 분열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우리 당이나 새누리당에서 출마했던 인사들이 안철수 신당으로 나오려는 경향이 있어서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노영민(청주흥덕을) 의원까지 '책 강매' 의혹으로 출마가 어려워지면서 야권의 충북 선거전엔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유권자들이 각 정당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할텐데 야권이 호남에만 집중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서울에서 중도층을 흡수하려는 야권의 전략도 제대로 선보인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탁ㆍ안효성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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