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도 ‘카톡감옥’… “업무지시 하려면 월급 22.3% 더 내놔”

중앙일보

입력

퇴근 후나 휴일에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를 통한 업무 지시가 늘면서 노동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퇴근 후 스마트기기로 업무 지시를 하려면 월 임금의 22.3%는 더 받아야 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휴일에 스마트기기로 업무지시 받았다 70.3%
업무 외 스마트기기로 일한 시간 주당 11시간
'카톡감옥' 없애주면 월급의 8.7% 반납하겠다

27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7월 전국 17개 시ㆍ도에 거주하는 20세~60세 노동자 2402명을 상대로 스마트기기 사용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근로자의 65%가 ‘업무외 시간에 스마트기기로 업무지시를 할 경우 임금의 6~20%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부적으로는 ‘월 임금의 11~20%’를 더 받아야 한다는 대답이 전체의 약 35%를 차지했고  ‘6~10%를 더 받아야 한다’가 29.6%, ‘21~30%’가 15.2%, ‘31~50%’ 10.7%로 나타났다.

반대로 업무 외 시간에 스마트 기기를 통한 업무지시를 받지 않을 수 있다면 월급의 8.7%를 반납하겠다는 결과도 나왔다. 퇴근 후 카톡감옥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임금을 반납할 용의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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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업무 외 시간에 스마크기기로 업무지시를 하지 않으면 월급의 8.7%를 반납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반납 액수는 ‘월급의 6~10%’라고 응답한 비율이 32.8%로 가장 높았다. ‘3%이하를 반납하겠다’가 30.1%, ‘5%를 내놓겠다’는 응답이 23.2%, ‘11~20%’가 8.6%순이었고 ‘월급의 21% 이상’을 반납하겠다는 답도 5.2%나 나왔다.

실제로 응답자들 대부분이 메신저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업무 외 시간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70.3%(1688명)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평균 업무시간은 주당 11시간이 넘는 677분 이었다. 업무시간과 관계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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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이 업무 외시간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한 적 있다고 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업종별로는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의 경우가 89.0%로 가장 높았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60.1%로 가장 낮게 나타나났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업무가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27.5%로 줄었다는 답(15.2%)보다 10%이상 많았다. 거의 비슷하다는 응답은 57.3%다. 특히 기술 관련 업종인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 종사자의 42.2%가 ‘스마트폰으로 인해 업무량이 늘었다’고 답했고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도 35.8%로 높게 나타났다.

직장인들은 앞으로도 스마트기기를 사용한 업무량이 늘어날 것 같다(73.7%)고 답해 ‘메신저 감옥’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위원들은 보고서에서 “스마트기기의 사용이 업무와 비업무 간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어 삶의 질과 업무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이 경계에 대한 법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해야 하고 산업안전 차원에서는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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