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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출산율 높이려면 고용 늘리고 신혼집 마련 쉽게 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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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등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별 효과가 없으며 고용률을 높이거나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게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서울대 조영태 교수팀 분석
출산 장려금 정책은 별 효과 없어
무상보육 첫 해 오히려 출산 감소
총고용 20% 늘면 출산율 0.16 올라
부동산 값 안정되면 혼인율 상승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경기도 지역의 전체 인구와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 출생아 수의 변화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경기도 지역의 여성 평균 초혼 연령, 여성 중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학력 인구수, 평균 초산 연령, 총 고용률, 여성 고용률, 아파트 전셋값 동향, 지가변동률, 영·유아 1인당 보육시설 수, 다자녀 출산 지원정책 여부, 서울과의 근접성 등 33가지)를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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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율 등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변수는 총 고용률과 혼인율이었다. 총 고용률이란 취업자 수를 생산가능 인구(만 15~64세) 수로 나눈 값이다.

연구팀은 2013년 경기도의 합계출산율(1.23)과 그해에 태어난 출생아 수(11만2128명)를 기준으로 총 고용률의 변화에 따라 출산율이나 출생아 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총 고용률이 20% 떨어진다고 가정하자 합계출산율은 1.10으로 곤두박질쳤고, 고용률이 20% 올라가면 출산율은 1.39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용률이 올라가면 출산율도 동반 상승했고, 고용률이 내려갈수록 출산율도 하락한 것이다.

 혼인율은 한 해에 한 지역에서 발생한 혼인 건수를 주민등록 인구수로 나눈 수치다. 혼인율이 20% 떨어지면 출산율은 1.15로 떨어지고, 20% 오르면 1.34로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2013년을 기준으로 혼인율이 10%, 총 고용률은 30%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합계출산율은 1.49(21.6%), 출생아 수는 14만2520명(27.1%)으로 뛰어오른다고 예측했다.

 시·군·구별 부동산 시세 현황을 보여주는 지가변동률도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가변동률이 높을수록 합계출산율은 낮아졌다.

 조영태 교수는 “총 고용률이 올라가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혼인율이 올라가고, 출산율도 함께 올라간다”며 “젊은 층이 결혼·출산을 하도록 유도하려면 일자리를 창출하고 목돈을 들이지 않고도 자기 힘으로 신혼집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제적인 구조 변화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혼부부를 위해 적극적인 주택 지원을 강조한 본지 보도(‘인구 5000만 지키자’ 기획, 1월 19일자 1면)와 같은 맥락이다.

부산 기장군의 출산율(1.78명)이 전국 평균(1.21명)보다 높은 데엔 기장군 정관 신도시의 전셋값이 부산 도심이나 울산의 50~70% 수준이라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

 이에 비해 출산장려금 등 출산지원 정책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1·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5년)을 추진해오면서 보육료·가정양육수당 등 보육 지원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왔다.

조 교수는 “0~5세 무상보육이 전면 도입된 2013년 오히려 그 전해에 비해 출산율과 출생아 수 모두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24일 ‘국내 잠재성장률 추이 및 전망’ 보고서에서 저출산 추세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16년 이후 2%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이란 국가의 자본·노동력 등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한다.

연구원이 ▶생산가능 인구 ▶취업자 등 경제활동 참가율 ▶자본 투입 등을 바탕으로 산출한 잠재성장률은 1995~2000년 평균 5.6%였으며 2011~2015년 3.2%였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2016년의 잠재성장률은 2.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김천구 연구위원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점차 줄면서 성장률을 깎아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이를 상쇄하기 위한 대책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가능 인구를 확보하기 위해 출산휴가·육아휴직 확산 등 다각적인 출산율 제고 정책이 필요하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한편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일과 가정의 양립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스더·김준술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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