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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집도의’ 환자 또 사망…의사면허 관리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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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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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A병원 강모(44)원장에게 지난해 11월 복강경 위 절제술을 받은 외국인 남성이 숨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강 원장은 의료 과실로 가수 신해철씨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신해철처럼 위 절제 호주인 숨져
재판 중인데 진료 계속하다 사고
정기적 면허 갱신, 평가 등 필요

강씨가 재판 진행 중에도 진료를 계속하다 또다시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사면허관리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충남 천안 서북경찰서 등에 따르면 강 원장에게 고도비만 수술을 받은 호주 국적의 B씨가 지난해 12월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B씨는 지난해 11월 18일 서울 송파구에서 강 원장에게 복강경 위절제술을 받았지만 봉합 부위에 틈이 생겨 세 차례 재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B씨는 한 달여 뒤 충남 지역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수술 40일 만에 숨졌다. 서북서 관계자는 “변사사건이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고, 의료과실 여부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신해철씨 사망 뒤 기존 S병원을 폐업했지만 새 이름의 병원을 개업해 외국인을 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해 왔다고 한다. 현행법상 의료과실이 명백하다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의사면허를 취소할 명분이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사고로 분쟁이 있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에 의료행위를 막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료법 65조에 따르면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경우는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금치산자·한정치산자 ▶의료법·형법 등에 따라 금고 이상 형이 선고된 자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를 한 자 등이다. 하지만 면허가 취소됐거나 정지된 의사가 이런 사실을 숨기고 진료를 해도 적발이 쉽지 않다.

지난해 서울 신월동 다나의원에서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간염이 집단 발생한 사건도 간호조무사 출신 병원장 아내가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의료행위를 한 게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의사의 범법행위나 과실로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3년만 지나면 의사면허를 재발급받을 수 있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5~2014년) 의사 면허가 취소된 91건 가운데 면허가 재발급된 게 72건이다. 면허가 취소된 의사 10명 중 8명이 재발급받았다는 얘기다.

의사면허 취득 후 각 주별 면허원(State Medical Board)에서 정기적으로 면허 갱신을 주관하는 미국이나 의사로서의 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동료평가’가 있는 캐나다 같은 외국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는 “영국의 경우 ‘의사면허관리위원회’에서 의사의 의료사고나 범죄행위 같은 기록을 공개한다”며 “국내에서도 공익을 위해서라면 의료과실 여부 등 개인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의대 의학전문대학원 전병율 교수는 “의료과실이 있다고 해서 주홍글씨를 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채승기·조한대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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