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 앙금 씻은 탕평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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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1일 단행한 임명직 후속인사의 특징은 '탕평 인사'와 '젊은 얼굴'이다.

탕평인사는 대표.원내총무.정책위의장의 잇따른 경선과정에서 생긴 당내 갈등과 앙금을 씻어내기 위한 것이다. 총무경선에 나섰다 패배한 박주천(朴柱千.62)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중용한 것이 예다.

朴총장은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김덕룡 후보추대'사태에 마음이 크게 상했다고 한다. 충남 출신에다 서울에서 내리 3선을 한 중진 의원을 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맹형규(孟亨奎.57)의원을 정책위부의장으로 안배한 것은 최병렬(崔秉烈)대표의 대표경선 최대 라이벌이었던 서청원(徐淸源)전 대표를 배려한 케이스다. 孟의원은 徐전대표 선거캠프의 핵심참모였다.

이러다 보니 60대에 영남권 출신으로 집중된 당 지도부의 색깔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그래서 그 밖의 다른 인선은 파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젊은 얼굴로 채웠다. 40대의 수도권 출신 의원들을 일선 당직으로 대거 내세웠다.

崔대표는 취임 첫 간담회에서 "당 대표 등 수뇌부들은 중량감 있는 인물이 좋지만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젊고 보기 좋은 사람이 낫지 않으냐"고 했다.

우선 남녀 공동 대변인제를 도입해 박진(朴振.47.종로).김영선(金映宣.43.전국구)의원을 배치했다.

박진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대통령 통역과 정무 비서관을 지낸 외교안보통이다. 북핵, 한.미관계 문제에서 崔대표와 가장 호흡이 맞는 인물로 통하고 있다.

김영선 의원은 1999년 김종필 당시 총리의 차 앞에 드러누워 의원빼가기에 항의했던 맹렬파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에 투입하기 위해 지명도 높이기 차원의 발탁이라는 해석이 많다.

대표 비서실장 임태희(任太熙.47.분당을).대외협력위원장 심재철(沈在哲.45.안양동안).청년위원장 오세훈(吳世勳.42.강남을).기획위원장 원희룡(元喜龍.39.양천갑)의원 등은 구체제 한나라당 문화에서 '어리다'는 이유로 주요 당직에서 소외되거나 비주류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젊은 의원의 전진배치는 내년 총선에서 崔대표 물갈이 정책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돼 원로.중진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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