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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시신을 변기에···부천 초등생 부모 재연에 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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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경빈 기자.

21일 오전 술 취한 아버지에게 폭행 당한 다음날 숨진 초등학생 최모(당시 7세)군 시신 훼손 사건의 현장검증이 4곳에서 이뤄졌다.

현장 검증은 어머니 한모(34)씨가 아들의 시신 일부를 유기한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시민운동장 야외 여자공중화장실에서 시작됐다. 남색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한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검은 비닐봉투에 담긴 아들의 시신 일부를 여자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리는 모습을 비교적 차분하게 재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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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경기 부천 초등학생 시신 훼손ㆍ유기사건의 피해 아동인 최모(2012년 당시 7세)군의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경기도 부천시민회관 인근 공중 화장실. 이곳에서 최모군의 어머니이자 피의자인 한모씨가 현장 검증을 했다. [사진 뉴시스]

아버지 최씨(34)가 술취한 상태에서 아들을 폭행하고 시신을 훼손한 원미구의 빌라에서는 1시간 30분 가까이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 두꺼운 패딩 조끼를 입고 나타난 최씨와 어머니 한씨는 아무 말도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최씨는 2012년 11월 7일 저녁 술에 취해 아들을 2시간이 넘도록 심하게 때렸다. 아들이 사망한 후에는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했다. 한씨도 남편에게 장갑을 가져다 주고 훼손한 시신을 담을 수 있도록 쓰레기 봉투를 잡아줬다.

이들은 시신 일부는 변기와 쓰레기 봉투에 버리고 일부는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시신 훼손에 앞서 치킨을 시켜먹은 엽기적인 행각도 드러났다.

한씨는 당시 남편이 "시신을 버리라"고 말하자 아들의 시신 일부를 비닐봉투에 담았고 10분 거리에 있는 부천시민회관 화장실을 여러차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진술을 맞출 우려가 있어서 현장 검증을 따로따로 진행했다"며 "둘 다 표정변화 없이 담담하게 진술한 순서에 따라 범행을 재연했다"고 전했다. 이 빌라엔 다른 가족이 살고 있었지만 최씨 부부의 범행 사실이 알려지자 20일 급하게 다른 곳으로 이사갔다.

이후 최씨는 현장 검증 장소를 옮겨 현재 살고 있는 인천시 부평구 빌라에서 냉장고에 아들의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최씨는 2013년 3월 부천시 원미구의 빌라에서 부평구로 이사했다.

한 주민(여)은 현장을 보면서 "(자식) 시신을 앞에 두고 치킨이 목에 넘어 갔냐. 저게 사람이냐"며 분노를 표출했다.

최씨는 경찰이 15일 수사망을 좁혀오자 시신을 가방 2개에 나눠 담아 친구집(인천시 계양구)에 '이삿짐'이라며 맡겼는데 그 장면도 재연했다. 원미구에 사는 주민 이모(72)씨는 이날 현장 검증을 보면서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런 범행을 저지를 수가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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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초등학생 시신 훼손ㆍ유기사건의 피해 아동 현장검증이 실시된 21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의 전 주거지에서 폭행치사, 사체손괴·유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친아버지 최모(34)씨가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 김경빈 기자

최씨의 진술에 따라 당초 경찰은 최군 사망 시점을 2012년 11월 8일 오후 5~6시쯤으로 봤다.

하지만 경찰은 최 군이 더 일찍 숨졌을 가능성을 수사중이다. 최씨가 최근 일부 진술을 번복했는데 7일 저녁 폭행이 당초 '2시간 정도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다'고 밝혔던 것보다 훨씬 강도가 심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초 최씨는 "아들이 컴퓨터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최근 들어 "일어나보니 옆에 누워있던 아들이 축 늘어져 있는 등 이상해서 아내에게 연락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최군의 사망시점이 크게 앞당겨지면 살인죄 적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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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경기 부천 초등학생 시신 훼손ㆍ유기사건의 피해 아동인 최모(2012년 당시 7세)군의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하는데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 최군의 어머니 피의자 한모씨가 전 거주지에서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김경빈 기자

부부는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에도 아들에 대한 미안함 대신 "남은 딸(10)은 어떻게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를 투입해 부부를 조사해 최씨에게 분노충동 조절장애 증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최씨는 이런 상황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최군을 아내를 대신해 돌보며 스트레스를 받다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심각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던 한씨는 범행이 들통나면 남편을 잃을까봐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남편을 도운 것으로 분석됐다.

2011년 초부터 병역법 위반 혐의로 수배중이던 최씨는 "경찰에 잡히면 (내가) 군대로 끌려간다"며 아내를 협박했다. 경찰은 병역법 위반의 공소시효가 5년인 만큼 현재는 최씨가 기소중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미취학 아동을 그대로 두거나 장기 결석 학생을 방치하는 교육적 방임도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아동복지법을 엄격히 적용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부터 학교전담경찰관을 투입해 장기결석 중인 아동 84명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부천=최모란 기자, 박민제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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