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율과 책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학의 학도호국단 제도가 빠르면 이번 새 학기부터 학생자치활동 기구로 탈바꿈한다.
24일 열린 대학교육협의회는 학도호국단 대신 학생자치기구를 각대학이 자율적으로 신설케 함으로써 새로운 교육풍토를 확립할것과 ,전시나 비상사태 때는 이기구를 자동적으로 호국단으로 전환시켜 안보기능을 담당하도록 할것을 건의했다. 문교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 있어온 학원사태의 원인이 단순한것은 아니겠으나 표면적으로는 학도호국단의 폐지가 주요이유로 돼왔었다. 이번 문교부의 태도변화를 전향적인 정책의 신축성으로 평가하면서 학원소요외 한 요인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학도호국단이라는 학생조직이 생긴 것은 정부수립 이듬해인 1949년이었다. 『건국후의 혼란을 틈타 좌익계열의 책동을 분쇄하고 애국적 단결심을 함양하기 위해』중학교이상의 모든 학교에 학도호국단이 설립됐다. 6·25를 거쳐 4·19직후인 60년 과도정부에 의해 해체됐던 학도호국단은 그뒤 15년이 지난 75년9월 다시 부활됐다. 월남과 크메르가 공산화되며서 국내외에 위기의식이 고조되자『학풍을 쇄신하고 정신력을 배양하며』『일사불란한 단결로 내빈있는 자주국방을 다진다』는 취지였다. 이제도는 10·26뒤인 80년2월 당초의 호국단과 학생회의 중간형태로 개편됐다.
그러나 학생들은 84학년도에 들어와 이 조직이 자신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기구가 아니고 학생들의 자치활동이 원천적으로 제한을 받는다는 이유로 이를 해체할것을 요구했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스스로「총학생회」등을 구성,학도호국단을 유명무실화하거나 이원구조로 공존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에따라 정부는 호국단 제도를 유지하되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폭넓게 보강할 뜻을 비쳤고 각 정당들도 제도의 전면 개편내지는 보완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대학교육협의회의 학생자치기구 호곡건의와 문교부의 긍정전인 태도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때 학원자율화 조치의 확대이머, 학원안정화및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하겠다.
일단 정책방향이 자율화를 지향했으면 구차스런 제약이나 조건을 붙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학원에는 엄연히 교권이있고, 학칙이 있으며 이를 존중하고 지켜갈 이성 또한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자율의 역량은 간섭하고 제약하는데서 보다는 인정받고 존중됨으로써 더욱 고양되고 발휘된다.
학도호국단의 설립 목적이 국가위기때 학생들의 단결과 사회질서의 유지를 으뜸으로 하고 있다면 평상시의 학생자치활동기구를 유사시에는 한국단체제로 전환시켜 안보기능을 맡도록 하자는 대학교육협의회의 의견이 실효성과 타당표을 지녔다고 생각된다.
새 학기의 개학을 앞두고 학원소요의 한 요인이 해소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새로 탄생될 학생들의 자치기구가 문자 그대로 교권의 지도아래 자율의 역량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한다. 자율이란 스스로 다스린다는 뜻이다. 따라서 스스로의 절제와 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교권과 학칙의 존엄성 아래 캠퍼스의 이성과 지성이 새로 탄생될 학생자치기구의 핵심적인 정신으로 결집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이것만이 또다른 타율을 배제하고 방어할수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