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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는 불안해도 기업의 기세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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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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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경제부문 기자

에디슨이 창업한 GE의 가전 부문을 집어삼킨 가전업체 하이얼(海爾), 한국 소비자들이 열광해 마지않는 휴대전화 업체(만드는 게 하도 많아 휴대전화 업체라 말하기도 애매모호하다) 샤오미(小米),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는 드론업체 중국 DJI까지.

 중국 선두 기업들은 이제 위협을 넘어 두려움의 대상이 된 분위기다. 하지만 제품이 겁나는 게 아니다. 그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인재를 다루는 방식이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한다.

 중국의 인건비는 한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제 꽤 높은 수준에 올라왔다. 산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공동으로 234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도 인건비 상승 지수는 모든 업종이 170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을 100으로 봤을 때다. 싼 인건비가 경쟁력의 근간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중국 기업에서 뭘 배워야 할까.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리완창(黎萬强)이 샤오미의 성공 비결에 대해 쓴 『참여감』을 보자. 이 책이 지난해 국내에 첫 상륙했을 때만 해도 “자화자찬이다. 실제 회사 분위기와는 다를 것”이라는 갑론을박이 나왔을 정도로 국내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기야 “층층이 이루어진 수직 구조 안에서 과연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을까”라며 “샤오미의 연구개발 조직은 엔지니어·핵심 매니저·협력 파트너, 이렇게 3개 층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리완창의 자랑에 “내로라하는 한국 기업이나 벤처도 못하는 조직 문화가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이 들 법도 했다.

 하이얼은 또 어떤가. GE를 집어삼킨 하이얼의 장루이민(張瑞敏) 회장은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실적대로 월급을 주고, 그 순서대로 승진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3-도어 냉장고 같은 글로벌 전략 제품도 38세 직원의 아이디어를 사내공모를 통해 뽑았다.

 IBM PC 사업부에 이어 모토로라, 그리고 IBM 엔터프라이즈 사업부까지 먹은 레노버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경영진과 조직 문화로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고 알려져 있다. 레노버의 최고 임원 10명은 7개 국가 출신이며, 상위 100명의 임원은 20개국 인재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화웨이는 최고 임원 3명이 3개월마다 돌아가며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영어로 소통하고, 여러 국가 출신 임원들을 많이 쓰는 문제가 아니다. 밑으로부터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빠르게 받아들이는지, 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이들은 많은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동양의 상명하복식 문화에만 익숙해 있을 것 같은 중국 기업들. 이들이 우리 기업보다 훨씬 혁신적이고, 자본주의적인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우리는 그들과의 전쟁에서 이미 지고 있는지 모른다. GE나 구글, 애플을 공부한 것처럼 중국 선두 기업의 조직 문화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공부해 봐야 할 때가 됐다.

최지영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