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의 CEO] 이베이 멕 휘트먼 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지난달 26~28일 이베이 회원 1만여명이 참가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이베이 라이브'행사에서 이베이의 멕 휘트먼(46) 사장은 단연 스타였다.

그가 나타나면 회원들이 사인을 받으려고 몰려들었다. 휘트먼이 기조연설을 할 때는 참석자들이 2분에 한번꼴로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직원들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행사장을 누빈 휘트먼 사장을 만났다.

-이베이는 매년 놀랄 만한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계속 이런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이베이가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은 아직 많다. 미국만 보더라도 기업간(B2B) 온라인 시장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이베이에서도 건설장비, 레스토랑 설비 등 새로 만든 B2B 카테고리의 거래가 크게 느는 중이다. 미국 외의 국가를 보더라도 한국.중국.호주.독일.프랑스 등이 성장 초기 단계다. 아직 이베이가 커갈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

-인터넷 경매시장에 야후와 아마존 등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누구를 가장 힘든 경쟁 상대로 보는가.

"아마존의 경우엔 책 분야에서 경쟁 상대다. 이베이에선 안 파는 물건이 없기 때문에 야후쇼핑 등 온라인 쇼핑몰 업체와도 당연히 경쟁 중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온라인 업체뿐 아니라 월마트 등 소비자의 돈을 놓고 싸우는 업체는 모두 경쟁자다. 온라인.오프라인 가리지 않는다. "

-직원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는가.

"이베이 직원들은 사장인 나보다는 고객들로부터 동기부여를 받는다. 회사 내부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결과 지향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결과로 평가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장려되는 분위기다.

각 부서별로 분기별 공개 평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잘못한 분야가 하나 이상 있지 않으면 오히려 집중적으로 추궁과 질문을 받는다.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개방적이고 격식이 없다. 직원들은 나를 '멕'으로 부르며 자주 놀리기도 한다. 사장실도 따로 없고 직원들과 똑같은 크기의 책상을 쓴다."

-좋은 CEO가 되려면 어떤 경영 철학을 가져야 하다고 생각하나.

"'고객 제일 주의'가 중요하다. 온라인 회사라고 고객의 목소리를 소홀히 할 순 없다. 이베이는 중고차.새차들이 '장난감 자동차' 카테고리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자동차'섹션을 새로 만들었다. 이베이는 직원들이 회의실에 앉아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하지 않는다. 이 섹션은 현재 1년에 10억달러어치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

-월가에서는 휘트먼 사장이 미래시장 예측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래 시장 예측은 단순한 원칙으로 했다. 다른 닷컴기업과 달랐던 점은 기업이란 이익을 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잘 따랐다는 것이다. 매출이 비용보다 많아야 한다는 것은 비즈니스의 만고불변 법칙이다. 닷컴 거품 시대 때 이 원칙을 잊고 사업을 했던 기업들이 많았다.

이 회사들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이베이는 지난해 비로소 첫 TV광고를 시작했다. 인터넷 사용자가 25% 수준에 그쳤고 회사 규모가 작았던 1999~2000년에 다른 닷컴들처럼 TV광고에 돈을 쏟아붓지 않은 것이다."

-경매, 정가 즉시구매 외에 다른 형태의 구매방식을 도입한다든지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고 있나.

"지금 당장으로선 없다. 닷컴들은 광고를 수익의 주요 원천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베이가 최근 키워드 방식 광고를 도입한 것은 수익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수수료 기반의 이베이 기본 구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칼리 피오리나(hp 사장)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존경할 만한 여성 CEO로 꼽힌다. 여성으로서 성공한 비결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이 과학자.의사.변호사 등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경영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비즈니스 스쿨을 선택했고 여성이란 생각보다는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해 내려고 노력했다. 참을성이 많았고, 근면했던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운이 좋았다. 피에르(이베이 창업자)가 나를 고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고용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적당한 때에 적당한 곳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혜와 함께 운이 따라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

-아들이 둘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일과 가정을 병행하나.

"CEO.아내.엄마의 세 가지 역할을 모두 잘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경중을 따져 선택을 하는 등 어느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 동반자적 관계로 많은 일을 나눠 해주는 남편 덕분에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다."

-1인 3역을 하는 스타 CEO는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데 잠은 몇 시간이나 자나.

"여섯 시간밖에 못 자면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심하게 내기 때문에 여덟 시간 정도 자려고 노력한다.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6시에 일어난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지만…."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시장에 대해 매우 기대가 크다. 인구대비 인터넷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인터넷을 쓰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초고속을 사용하고 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베이의 자회사인 '옥션'은 시장에서의 위치가 매우 공고하며 영업실적도 좋다. 이베이의 한국시장에서의 위치는 매우 안정적이다. "

올랜도=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