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아르침볼디 극장으로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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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를 찾는 방문객들이라면 한번쯤 찾게 마련인 두오모 광장. 이곳 택시 승강장에선 오후 6시45분부터 7시까지 '라 스칼라 오페라'라는 글씨가 새겨진 셔틀 버스가 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라 스칼라 극장의 오후 8시 공연을 보려는 관객들을 밀라노 북동부 교외에 위치한 아르침볼디 극장으로 실어나르는 무료 교통편이다.

지난 2001년 7월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에 돌입한 라 스칼라 극장이 지난해 1월 아르침볼디 극장 개관과 함께 이곳으로 무대를 옮겨왔기 때문이다. 티켓만 있으면 공연이 끝난 후에도 셔틀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인근 아제오 전철역에선 극장 관객을 위한 무료 특설 열차도 운행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비달 에르난도 역으로 출연한 사르수엘라(스페인식 오페레타)'루이자 페르난다'공연을 보기 위해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한 아르침볼디 극장은 대형 유리 벽면이 인상적인 초현대식 공연장이었다. 밀라노 도심에서 버스.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귀족 가문 아르침볼디 소유의 땅이었는데 세계적인 타이어 제조업체인 피렐리가 사들여 공장 부지로 사용해왔었다.

그러던 차에 라 스칼라 극장 개.보수 공사 계획이 발표되면서 임시 무대로 선정되면서 2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끝에 개관한 것이다.

총공사비는 4천4백만 유로(약 6백억원)로 라 스칼라 극장 개.보수 비용(4천만 유로)와 비슷한 수준이다. 피렐리사가 협찬금 1천만 유로, 재개발 비용 1천8백만 유로를 댔고 나머지는 밀라노시에서 부담했다. 객석 1개당 공사비는 1만8천5백 유로(약 2천5백만원). 7년 걸려 완공된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2천7백석.사무실.주차장 포함)의 객석 1개당 공사비 37만 유로(약 5억원)의 5%에 불과할 정도로 싼 가격이다.

아르침볼디 극장의 명물은 객석 양옆 벽면에 부착돼 있는 90개의 대형 유리 판넬. 오페라.콘서트 등 공연장르에 따라 자유자재로 각도를 달리해 움직이도록 돼 있는데 잔향(殘響)시간을 조절하며 막간에는 조명 역할까지 맡는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빈 슈타츠오퍼 등에서 선보인 개인용 비디오 자막도 설치돼 있다.

밀라노는 거의 연중 무휴로 가동되는 라 스칼라 극장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콘서트홀이 없는 실정이다.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 콘서트홀까지 동원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내년 12월 7일 라 스칼라 극장의 재개관으로 오페라.발레단이 다시 옮겨가더라도 아르침볼디 극장은 오페라.심포니 겸용홀로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밀라노 북동부에 사는 시민들은 물론 바레제.코모.레코 등 인근 주민들의 문화 향수권 증대를 위한 문화적 거점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침볼디 극장에선 3일부터 19일까지 번스타인의'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공연이 열린다.

밀라노=이장직 음악전문기자

*** 라 스칼라 극장은

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은 1778년 화재로 소실된 밀라노 왕실극장 대신에 산타 마리아 델라 스칼라 성당 부지에 신축한 오페라 하우스. 주제페 피에르마리니가 설계를 맡았다. 1943년 연합군 공습으로 파괴돼 개.보수 공사 끝에 1946년 5월 11일 재개관했다. 86년부터 리카르도 무티가 음악감독으로 있다. 2001년 12월 7일 '오텔로'공연으로 문을 닫았고 백스테이지.연습실 확장 공사를 거쳐 2004년 12월 7일 3년만에 재개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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