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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흑인 배우들 "백인 잔치 아카데미 시상식 무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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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색 인종은 이제 아카데미 시상식을 무시해야할 때다”

 미국 유명 흑인 배우인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핑킷 스미스는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메시지에서 이렇게 말하며 오는 2월 28일로 예정된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남녀 주ㆍ조연상 후보가 2년 연속 백인으로만 선정된 데 대한 항의 차원이다. 그러면서 “유색 인종은 존엄하고 파워있는 집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남편 윌 스미스가 미국프로축구(NFL) 선수들이 겪는 뇌진탕과 그 후유증을 그린 영화 ‘뇌진탕’에서 열연하고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한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TV로도 보지 않을 생각”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금처럼 버려두고 우리는 다른 식으로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후보 명단을 발표한 이후 흑인 배우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18일 AP통신이 보도했다. 당장 지난 13일 발표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오스카는 너무 백인중심적이다(#OscarsSoWhite)’라는 해시태그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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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흑인 영화감독인 스파이크 리 역시 ‘불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리 감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백합처럼 흰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지할 수 없다. 2년 연속으로 후보 40명 중에 유색인종이 하나도 없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시상식이 열리는 2월 28일은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인 ‘마틴 루터 킹 데이’다. 올해 시상식에 진행자로 초대된 미국 흑인 코디미언 크리스 록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오스카는 백인들의 잔치(The White BET Awards)”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BET(Black Entertainment Awards)’는 미국 내 흑인 연예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영화ㆍTVㆍ음악 부문에서 시상을 하는 행사다. 지난 2005년 이후 2번째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을 맡은 그가 이처럼 불만을 터트리면서 행사 당일 인종 차별에 대해 언급할 지에 대해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백인 중심의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셀마’의 주제곡을 불러 주제가상을 받은 존 레전드는 “킹이 행진했던 50년 전과 지금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80년이 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여된 2900여개 트로피 중 흑인이 가져간 건 존 레전드까지 32번에 불과하다. 2002년 영화 ‘몬스터 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할리 베리는 당시 73년만에 처음 나온 흑인 여우주연상 수상자였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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