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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알루미늄 별로라더니 … 또 말 바꾼 현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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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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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자신의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언론과 ‘네티즌 수사대’가 먹거리나 정보기술(IT) 제품 못지 않게 매의 눈을 부릅뜨는 분야가 자동차인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현대자동차는 이들이 쏟아내는 애증(愛憎)어린 비판에 벌거벗은 회사다.

 현대차가 지난 7일 발표한 ‘아이오닉’(IONIQ)에도 매의 눈이 집중됐다. 아이오닉은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차 전용 모델로 내놓은 차다. 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전용차”, “미래에 대한 현대차의 생각과 포부를 담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말 바꾸기’를 꼬집는 매의 눈을 피해가진 못했다. 현대차는 2013년 2세대 제네시스를 출시했을 때 무게가 늘어났다는 지적이 있자 “독일차는 경량화를 위해 강판 대신 알루미늄을 많이 쓰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리비가 비싸다. 소비자에겐 단점이 많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선 “아이오닉은 보닛·트렁크·서스펜션에 알루미늄을 적용해 무게를 줄였다. 안전도 고려했다”고 홍보했다.

 현대차는 2010년 아반떼MD를 출시할 때 “‘토션빔’ 서스펜션으로 충분하다. 요즘은 토션빔으로 ‘멀티링크’ 이상의 성능을 낸다”고 홍보했다. 토션빔은 가격이 저렴하고 구조가 간단하다. 멀티링크는 가격이 비싸고 구조가 복잡하지만 안정성·승차감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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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동대문 DDP에서 열린 현대차 ‘아이오닉(IONIQ) 하이브리드’ 신차 발표회. [뉴시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선 “토션빔과 비교하면 멀티링크 성능이 월등하다. 아이오닉엔 멀티링크를 넣어 소음·진동을 줄이고 성능·승차감을 모두 높였다”고 설명했다.

 사례는 더 있다. 그동안 현대차는 신차마다 국산 타이어를 적용하며 “국산 타이어 브랜드 품질이 충분히 뛰어나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아이오닉을 발표한 자리에선 “친환경차는 타이어가 중요하다. 타이어 저항이 연비에 많은 영향을 준다. 국산 타이어 수준도 높지만 이미 성능·연비가 검증된 미쉐린 타이어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행사 직후 자동차 동호회 인터넷 게시판엔 적나라한 댓글이 달렸다. “현대차 말 바꾸기는 한 두 번이 아니다. 수입차의 6단 변속기가 한창 잘 나갈 때 ‘짜임새 있는 4단 변속기가 더 낫다’고 했다”, “회사가 비전·철학 없이 원가절감만 추구하다 보니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꾼다”, “자기부정을 통해 성장하는 방식은 더이상 안 통한다”고 꼬집었다.

 기업이 시장·기술 변화에 따라 말을 바꾸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탭을 겨냥해 “7인치 화면 태블릿은 ‘도착 즉시 사망(DOA·Dead On Arrival)’할 것”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던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2012년 7인치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했다.

전륜 구동차의 단점을 지적하며 90년 넘게 후륜 구동을 고집해온 BMW는 2014년 전륜 구동 액티브 투어러를 출시했다. 하지만 시장·기술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자기 편의로 말을 바꾼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도 없다.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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