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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강아지의 탄생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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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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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수정은 동물병원에서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연번식이 불가능한 개에게서 강아지를 얻을 수 있다.

시험관 강아지의 탄생

개의 체외수정에 첫 성공… 사람처럼 암 같은 유전병에 많이 걸려 응용분야 넓어

개의 체외수정에 첫 성공…사람처럼 암 같은 유전병에 많이 걸려 응용분야 넓어

체외수정(IVF)은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결합시켜 배아를 형성한 뒤 암컷의 생식기관 안에 착상시키는 시술이다. 과학자들은 거의 모든 가축에서 체외수정으로 자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개에서만은 성공하지 못했다.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시도해 왔지만 개의 생식계는 다른 포유동물과 상당히 다르다고 코넬대학 수의학 칼리지 생식생물학과 알렉스 트래비스 부교수는 말한다.

개의 정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곧바로 난자와 수정하려 하면 실패한다. 암컷의 생식기관 안에서 보육하고 배양한 뒤에야 수정 능력이 생긴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연구원인 제니퍼 나가시마는 개의 정자에 관한 수십 년 분의 연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런 환경을 실험실에서 어떻게 재현할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정자가 발육하려면 마그네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추가 실험으로 확인한 결과 그녀의 육감이 들어맞았다. 이어 개가 배란(난소에서 난자를 배출)하는 난자는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상당히 미성숙한 편이라는 또 다른 장벽에 부닥쳤다.

연구팀은 통상적인 수정보다 며칠 더 늦게 채취하는 방법으로 개의 난자가 성숙할 수 있도록 하면 수정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따라서 연구팀은 마그네슘을 포함해 개의 나팔관에서 생성된 화학물질로 이뤄진 용액에서 정자를 몇 시간 동안 배양했다. 그 뒤 성숙한 개 난자와 결합했다. 며칠 뒤 수정이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비글 2쌍, 코커스패니얼과 비글 1쌍 등 3쌍의 개로부터 얻은 총 19개의 배아를 냉동시킨 뒤 사냥개 잡종의 체내에 착상시켰다(대체로 큼직한 자궁을 가진 대형 견종이라는 점이 선택의 기준이었다). 그 결과 최초의 건강한 시험관 강아지 7마리가 탄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앞으로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고 피에르 코미졸리 박사는 말한다. 실험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스미소니언 보전생물학연구소의 생물학자다. 예컨대 실험실에 수정된 배아가 있으면 과학자들이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할 수 있다.

개는 사람과 똑같이 각종 암과 당뇨병 등 다수의 유전병에 걸리기 때문에 이는 응용 잠재력이 상당하다. 이 같은 질병을 가진 개에게서 효과적인 치료법을 발견하면 사람의 치료법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트래비스 부교수는 말한다.

이 같은 발전은 보전생물학 분야에서도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코미졸리 박사는 말한다. 붉은 늑대와 아프리카 들개(리카온) 등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 많다.

장차 이 기법을 이용해 그들을 더 많이 번식시키거나 나아가 유전자 결함을 바로잡을 수도 있다. 동물병원에서 갖가지 이유로 자연 번식이 불가능한 개에게서 강아지를 얻는 데도 응용이 가능하다고 트래비스 부교수는 말한다.

안 반 숨 박사는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평했다. 실험에 참가하지 않은 벨기에 겐트 대학 연구원이다. 하지만 실용적·임상적으로 응용할 만한 수준이 되려면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그녀는 덧붙인다.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박사후 연구원인 나가시마는 현재 그 기법을 보강하는 다음 단계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어린 또는 최근에 숨진 동물로부터 생존 가능한 자손을 배양해내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앞으로는 가족 같은 애완견 아롱이가 비극적인 사고로 숨진다 해도 아롱이 2세를 자녀들의 품에 안겨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글= DOUGLAS MAIN NEWSWEEK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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