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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제 731부대 마루타, 남한 출신 희생자 첫 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일제 관동군 731부대에서 생체실험으로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첫 남한 출신 ‘마루타’(일본어로 통나무)의 존재가 확인됐다. 지금까지 이름이 확인된 조선인 출신 마루타 희생자 4명은 모두 북한 출신이었다.

JTBC 탐사보도팀 자료 입수 보도
기존엔 북한 출신 4명만 알려져

 이같은 사실은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금요일 밤 9시40분)가 국내와 중국에서 발굴한 자료와 현장 확인을 통해 드러났다. ‘스포트라이트’가 단독 입수한 731부대 관련 기록에는 경북이 고향인 당시 25세의 김성배라는 인물이 일본 헌병대에 체포돼 (731부대로) 특별이송되거나 타부대로 이첩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김성배라는 인물은 조선과 중국이 연합한 항일단체인 ‘동북 항일연군’의 일원으로, 군사와 철도 정보수집과 지도 작성 등의 첩보 활동을 했다. 체포 당시에 당시로는 거금인 730엔(쌀 20가마니 값)을 소지하고 있었던 그가 항일 첩보활동에서 주요 역할을 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기록을 검토한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항일 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일본에게는 위험스러운 인물로 남한 첫 마루타 희생자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하얼빈시 731문제 국제 연구센터 양웬진 소장은 “일제 헌병이 소각하다 남은 자료가 맞다”며 “당시 이 지역에서 항일 첩보활동을 하다 체포된 인사들은 대부분 731부대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또 중국 하얼빈에서 731부대가 세균폭탄을 투하할 때 쓴 비행기의 정비소를 국내외 최초로 공개한다. 731부대는 일본이 1936년 만주에 설립한 세균전 부대로 1940년 이후 생체실험에 매년 600명이 동원돼 최소한 3000여 명 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JTBC 박지윤 기자 park.jiy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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