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은 이 글씨가 정말 보이십니까?"...1mm글자로 쓴 항의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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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3개 시민·소비자단체가 1mm 크기의 글자로 작성한 항의서한을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전달했다.

법원, 경품 응모 빌미로 개인정보 수집한 홈플러스에 무죄
'고객 개인정보 다른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1mm글씨로 쓴 약관에
시민단체들 "편법 개인정보 수집이다" 1mm 글씨 항의 편지

이 법원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가 지난 8일 내린 판결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부 판사는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팔아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도성환(61) 전 홈플러스 사장과 법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참여연대 등은 성명을 통해 “이번 (무죄) 판결은 소비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재벌·대기업 봐주기 판결’이란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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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경품행사 등을 통해 수집한 2400만여건의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231억여원의 수익을 냈다. 통상 경품행사는 응모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성명과 연락처 수준의 개인정보만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생년월일과 자녀 수, 부모 동거 여부까지 적도록 했고, 해당 정보를 기입하지 않을 경우 추첨에서 배제했다. 또 고객이 기입한 개인정보가 경품행사 이외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응모권 뒷면에 1mm 크기의 글자로 써 놨다. 이를 놓고 ‘편법 개인정보 수집’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가장해 악의적으로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것으로 보고 홈플러스 법인에 벌금 7500만원과 추징금 231억 7000만원을, 도 전 사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응모권에 1mm 크기의 글씨로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표기했기 때문에 고지 의무를 다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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